[줌인] 말라위 나이팅게일 백영심, 아프리카서 30년간 의료봉사

백영심 간호사, JW그룹 제8회 성천상 수상
27세 나이에 의료봉사의 삶 선택해 30년째 헌신
"코로나19로 고군분투하는 간호사 대신해 받는 상"
말라위 사람들, 진정한 친구 '시스터 백'으로 불러
성천상 수상자 중 처음으로 간호사 선정
  • 등록 2020-07-20 오후 7:43:20

    수정 2020-07-20 오후 9:20:41

백영심 간호사(오른쪽) 사진=JW중외제약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그냥 간호를 제 삶으로 알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온 것뿐인데 너무 과분한 상을 주셨습니다. 코로나19와 아프리카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대신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30년째 의료봉사에 헌신해온 간호사가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뽑혔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말라위의 나이팅게일’ 백영심 간호사(57)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성천상은 JW그룹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의료복지에 기여한 의료인을 찾아 격려하는 상이다. 성천상 수상자로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기도 해 그의 수상은 더욱 뜻깊다는 평이다.

백 간호사는 1984년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부속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이후 의료선교를 결심하고 1990년 아프리카 케냐로 떠났다. 그는 “케나에 있던 의료선교사 선임이 아파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돼 후임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 간호사는 케냐에선 쇠똥으로 만든 토담집을 짓고 ‘마사이부족’을 위해 의료봉사에 나섰다. 그러다 케냐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1994년에는 기초적인 전기와 물도 없는 말라위로 향했다.

그는 “말라위는 세계에서 인구비례로 의료진이 더 적고 의료시설도 열악한 곳”이라며 “동남부 아프리카에서 의료 활동을 펼쳐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험을 쳐서 간호사 면허도 땄다”고 말했다.

말라위는 케냐보다 아프리카 남쪽에 있는 국가로 탄자니아·잠비아·모잠비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이다. 2018년 기준 인구는 1900만명에 이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89달러(47만원)에 불과한 최빈국 중의 한 곳이다.

백 간호사는 말라위에서 먼저 이동진료차량을 마련해 극빈지역인 치무왈라 곳곳을 돌며 보건활동을 펼쳤다. 이후 의료시설과 인력이 전무하다는 현실을 접하고 주민들과 함께 흙으로 벽돌을 빚고 쌓아 150평 규모의 진료소도 지었다.

그렇게 마련한 진료소에서 그는 하루 1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전문 인력과 의약품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운 좋게 한 기업인의 도움을 받아 연간 20여만명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양누가병원을 2008년에 건립했다.

백 간호사는 “(말라위의) 아무것도 없는 땅에 기초를 세워 병원을 짓고 간호대학을 설립하면서 책임자 역할을 맡아 전체를 총괄했다”며 “어떨 때는 건축 실장도 됐다가 병원에 들어가서는 환자도 돌봐야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밖에도 말라위 정부와 협력해 에이즈예방과 모자보건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애썼다. 말라위 사람들은 이런 백 간호사를 진정한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라는 의미로 ‘시스터(누이) 백’이라고 부른다.

이런 삶은 남수단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세상을 뜬 이태석 신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 앞서 백 간호사는 지난 2012년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아프리카 봉사상인 ‘이태석상’의 제2회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태석상은 이태석 신부를 기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헌신적인 삶은 쉽지만은 않았다. 백 간호사는 “말라리아를 수십차례 앓았다”며 “조혈기관(적혈구를 만드는 기관)에 문제가 생겨서 한국에 들어와 수혈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 사태 역시 백 간호사에게는 위기의 시기였다. 백 간호사는 기저질환(고혈압)이 있는 데다 완치하긴 했지만 갑상선 암에 걸린 적도 있어 고위험군이었다. 백 간호사는 봉사의 삶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기저질환을 돌봐야 했다. 결국 3월말 말라위 공항이 폐쇄되기 전 마지막 비행기로 귀국길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하늘길이 열리면 다시 말라위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그간 간호대학 건립 등 행정적인 일을 많이 해왔다”면서 “이제는 병원과 학교의 중요한 일을 봐주면서도 병원에도 못 오는 이들을 찾아가 돌보는 간호에 다시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 간호사는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도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원 재단의 도움을 받아 말라위 현지에 방호복이나 마스크 등을 보내는 한편, 대한간호협회가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말라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사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백 간호사는 코로나19와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의료진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 몸을 던져 현장에서 싸우는 이들이야말로 위대하고 존경스럽다”며 “소명을 받아 일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시상식은 오는 8월 18일 서울 서초동 JW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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