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계 A씨가 본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A씨는 “미·중 갈등은 지정학 위험으로 격상한 지 오래”라며 “한국은 두 나라를 관리하면서 중간자로서 자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 B씨는 2019년 한국 정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인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을 때를 떠올리며 “미국 측 인사들은 ‘이번은 넘어갈 테니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언젠가부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다룰 때 한국이 사라졌다”며 “예측이 어려운 냉·온탕 외교의 결과”라고 했다.
워싱턴과 뉴욕에서 보는 한국 외교는 예상보다 변방에 있다. 한국 특유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신냉전 구도가 확장한 만큼 외교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뉴욕의 한 정치컨설팅업체 고위인사는 “한국은 (두 진영을 모두 취하려는 기조 탓에) 미국의 이너서클에 끼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앞으로 어떤 외교 기조를 취할지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오픈소사이티재단의 다니엘라 슈와처 유럽·유라시아 책임자는 “숄츠 총리는 독일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뉴욕 외교가 한 관계자는 “독일 사례는 아시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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