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때문에?"…수백억 선불골프회원권 휴지조각 왜?

'선불 회원권' 방식..2014년부터 수백억 분양
일방적 영업중단 발표에 피해자만 현재 100여명 수준
警, 사기 혐의로 김모(45)씨 불구속 입건..구속영장 검토
  • 등록 2016-10-12 오후 7:14:09

    수정 2016-10-12 오후 7:14:09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첫 주말인 1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명문 회원제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김모(45)씨는 지난 2014년 4월 직원 10여명을 채용해 서울 강남구에 A골프 회원권 거래소를 설립하고 ‘유사 골프 회원권’ 상품을 내놨다. 400만~3000만원 가량을 미리 내면 금액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거래소가 골프장 예약·결제 등의 업무를 대행해주는 ‘선불 회원권’이었다.

일반 회원권의 절반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수백 여곳의 골프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에 귀가 솔깃한 구매자들은 줄을 이어 선불 회원권을 구입했다.

무기명 회원권도 판매해 접대 골프를 치는 기업인들이나 개인 사업자, 법인 고객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실적만 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 6개월만인 이달 3일 A골프 회원권 거래소는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돌연 영업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A골프 회원권 거래소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사업환경이 악화돼 경영난에 봉착해 불가피하게 영업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A골프 회원권 거래소는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회사의 사정으로 판매 영업과 회원 입회 및 골프장 이용료(그린피) 지원, 예약 접수 등의 업무를 당분간 일체 중단한다”며 “빠른 시일 내 정상화 하겠다”고 알렸다.

수천 만원 대의 비용을 미리 지불한 회원들은 업체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갑자기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회원권을 구입한 뒤 단 한번도 이용한 적이 없는 회원도 있었다.

지난해 말 2300여 만원에 회원권을 구입한 박모(50)씨도 “3년 동안 60회를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인데 아직 절반도 채 쓰지 못했는데 사업을 중단한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지난 4일 일부 회원들은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김씨를 신고하거나 고소한 사람만 100여명이다.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8일 A골프 회원권 거래소 대표인 김씨를 불러 조사한 뒤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영 악화로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 같아 사업을 중단한 것일 뿐 사기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김영란법)시행 전에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많아 지출이 컸고 법 시행 후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뚝 끊겨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게 제출 받은 자금 사용내역과 회원 자료 등을 바탕으로 피해 규모를 총 13억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 늘고 있어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회원들에게 보낸 사과문에서 “앞으로 조사를 성실히 받아 피해를 최소화하고 죗값을 받겠다”며 “피해 보상안이나 골프장 이용 방안 등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영업 중단을 알리며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보상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뒤 김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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