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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26일 허무호 전 MBC노동조합위원장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MBC는 원고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와 법정이자를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19년 12월 명예퇴직한 허 전 위원장은 재직 당시인 2018년 7월 MBC정상화위원회로부터 출석과 진술 등을 강요받아 진술거부권과 자기방어권을 침해당했다며 3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1심에선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MBC노조가 공개한 이번 판결문에는 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가 주축이 된 정상화위원회의 강압적 조사행태가 드러나 있다.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정상화위원회 조사역들은 2015~2017년 우파단체 엄마부대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MBC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이후 MBC 사장 역임)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해당 보도 당시 사회2부장이었던 허무호 전 위원장은 “내가 알아서 했다”며 침묵을 지켰다. 그럼에도 세 명의 조사역들은 돌아가면서 “김장겸 본부장이 지시한 거 맞죠?” “그냥 예, 아니오로만 합시다, 그냥. 김장겸 본부장 지시가 있었습니까?”라며 대답을 강요했다. 또 “내가 허 부장을 위해서 한다는 얘기가 이거 그대로 올라가면 중징계야.”라고 짐짓 회유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다가 “허무호 사회2부장이 알아서 한 것이고 전적으로 다 책임지겠습니까?”“이제까지 조사 거부한 박상후 국장이나 김세이 얘네들 조사 거부한 거 하구요. 지금 선배하고 다르실 거 없어요. 선배가 지금 뭘 얘기하신 게 있습니까? 조사 거부한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어.”라고도 압박했다.
재판부는 “원고 허무호는 비록 정상화위원회의 조사협력 요구에 응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을지라도, 그 사유를 소명하여 위 조사협력요구에 불응할 경우 앞서 조사에 불응한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대기발령, 임금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거나 허위자료 제출을 이유로 징계요청 될 구체적‧현실적 위험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의사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조사에 출석한 것이고, 조사 과정에서도 자신의 비위행위를 묻는 질문에 부인 답변을 하거나 진술을 거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처분 또는 수사의뢰를 도구로 비위행위를 자백하도록 강요받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정상화위원회가 조사과정에서 원고 허무호에게 행한 위와 같은 절차상 위법은 곧 피고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 허무호는 이로 인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27일 이데일리에 “우선 법률 검토를 거칠 예정으로, 판결에 대한 특정한 입장이나 대응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와 공동으로 정상화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 공동불법행위자인 언론노조 MBC본부 (제 1노조)의 사과를 촉구한다”며 “뻔뻔스럽게도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 책자를 발간하면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부분을 전혀 기술하지 않았던 언론노조의 명예훼손 부분에도 법적대응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인 2018년 1월 19일 “2008년 2월~2017년 11월 있었던 방송 독립성 침해 등 사안을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MBC 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총 262명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9년 1월 12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이 중 7명이 MBC노동조합(제3노조) 소속이었고, MBC공정방송노동조합(제2노조) 소속이 1명, 비노조원이 4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