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주목한 비말 가림판…"K방역 한 축으로"

비말차단용 위생 가림판 만든 '삼화폴리텍'
전국 500여 개교에 공급…NYT·WP도 주목
류근배 대표 "해외 수출로 'K방역' 힘 보탤 것"
  • 등록 2020-06-24 오후 6:19:13

    수정 2020-06-24 오후 6:50:15

(사진=외신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코로나 사태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든 거죠. 외신들도 신기했나 봅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비말(飛沫·침방울) 가림판을 설치한 국내 모 고등학교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했다. 우연히 이 사진을 본 류근배 삼화폴리텍 대표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24일 경기 파주 삼화폴리텍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실제로 비말 가림판은 외국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이미 일본 수출 계약을 마치고 초도 물량 납품을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68년 설립된 삼화폴리텍은 업력 53년을 자랑하는 장수 중소기업이다. 고주파 가공기술로 비닐을 가공, 각종 책 표지를 만드는 사업을 주로 해왔다. 사전이나 성경, 교과서로 유명한 민중서림과 교학사 등 출판사가 주요 거래처다.

그러나 고주파 비닐 가공업체들이 대부분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출판 시장까지 침체하면서 삼화폴리텍은 국내에 남은 몇 안 되는 업체가 됐다. 특히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꼼짝없이 폐업 위기에 빠질뻔한 회사를 구한 건 한 지인의 조언이었다. ‘고주파 가공기술을 활용해 비말 가림판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이 말을 들은 류 대표는 지난 3월 초 비말 가림판 제작에 돌입했다.
류근배 삼화폴리텍 대표가 휴대용 투명 위생 가림판을 책상에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언뜻 보면 간단한 제품이지만, 지금의 형태가 나오기까지는 50번이 넘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재질부터 디자인, 크기, 편의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그렇게 한 달간 고민을 거쳐 삼화폴리텍의 ‘휴대용 투명 위생 가림판’이 탄생했다. 이 가림판은 접어서 휴대용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투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사용자들의 모습을 가리지 않도록 했고, 벨크로(접착 테이프)를 같이 제공해 언제든 쉽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에 학교용으로 만든 제품으로 안전성면에서도 모두 KC인증을 받았다.

류 대표는 “재질이나 손잡이, 모서리 디자인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그전에는 사방이 가려진 종이 가림판이 많았지만, 학교에서 수업할 때 사용하려면 투명하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비말 가림판은 두 달 만에 20만장이 넘게 팔렸다. 주문이 폭주한 5월에는 애초 5명이던 직원을 50여 명으로 늘려서 생산에 투입할 정도였다. 4~5월 가림판 판매만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류 대표는 “5월은 온종일 회사에서 지게차가 돌았다”며 “덕분에 가림판 원단을 만드는 제조업체도 함께 회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삼화폴리텍 비말 가림판을 쓰는 학교는 전국 500여 개교를 넘어섰다.

류 대표는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교회와 대학교 수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비말 가림판을 제작 중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나 동남아 등 해외 수출도 적극 타진 중이다. 연내 100만장 수출을 목표로 잡았다.

류 대표는 “53년 동안 고주파 가공기술 한우물을 판 것이 결국 빛을 본 게 아닌가 싶다”며 “기업인으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며 웃었다.
류근배 삼화폴리텍 대표가 일본 수출용 휴대용 투명 위생 가림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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