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3일 한국감정원 서울 강남지사에서 가진 ‘부동산가격 공시제도 언론간담회’에서 도입한 지 30년이 지난 공시제도가 안고 있는 ‘시세 대비 낮은 현실화율’, ‘지역간 가격 불균형’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이 주장했다.
토지의 공시제도는 1989년 ‘토지공개념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정부가 전국의 땅값을 조사해 1990년부터 매년 공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주택의 시세반영률 제고를 위해 주택 공시가격도 도입했다. 공시가는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지급 등 60여개 행정분야의 기초정보로 활용된다.
채 원장은 “공시제도는 30년 전에 도입한 이후 지금껏 한번도 조사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며 “이렇다보니 시세 대비 낮은 공시가격, 가격 불균형 등의 문제가 누적돼 와 한마디로 ‘각주구검 (刻舟求劍)’ 상태”라고 지적했다.
공시제도를 선전화하기 위해서는 조사·산정의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대량산정’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조사·산정기관도 감정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 연구원장은 “연간 200만건 실거래가 신고자료가 축척되는 등 시세정보와 매매동향, 매물정보 등 다양한 시장 정보가 쌓이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선진화된 공시체계가 구축되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캐나다 부동산평가청, 뉴질랜드, 미국 플로리다 주 등에서 이같은 ‘대량산정’ 모형을 과세 평가에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정보 기반의 공시체계 구축으로 공시가격의 시가 근접성, 즉 현실화율도 제고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공시제도 객관성 및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 주도의 전국 단일 기준의 가격조사체계(조사시점, 기준, 방법, 주체)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감정평가사와 한국감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평가주체를 감정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연구원장은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시장가격(market value)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 만큼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며 “감정평가는 이러한 주관적인 가치를 평가해 적정가격을 매기는 것인데 조사주체, 조사방법을 하나로 통일해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토지(표준지·개별토지)와 단독주택(표준주택·개별주택),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매년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중 표준지는 감정평가사협회 회원사인 감정평가사들이, 표준 주택과 공동주택은 감정원에서 각각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나머지 개별 토지와 개별 주택은 각 시·군·구 지자체 공무원이 조사·산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15일 서울 용산구청이 산정한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27.75%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감정원이 산정한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35.4% 인상률로 7.65%P 낮았다.
채 연구원장은 “조사 평가사의 적정가격 판단 차이로 표준지 및 표준주택 산정가격에 적정성 및 균형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공시가격 평가기관을 감정원으로 일원화하고, 특정 시기가 아닌 상시조사를 통한 공시가격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평가 독점에 따른 공시가격 적정성 우려에 대해선 “공시가격 조사 산정 체계의 정보화, 지능화로 조사의 객관적 일관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계량분석 및 객관적 지표로 산정된 참고가격 제공으로 조사자의 편향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사·산정기관 일원화는 자칫 감정원과 감정평가사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될 우려도 안고 있다. 채 연구원장은 “30년이나 묶은 공시제도는 조사 기준과 방법에 오류가 있는 만큼 이를 바로 잡는 게 공시제도 선진화의 핵심”이라며 “감정평가사와 업역 갈등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