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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한젬마 호서대 교수가 영상 속에 나온 성시연 경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의 지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성 지휘자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그는 “(그 칭찬) 30%만 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왜 일까.
2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제4회 이데일리 제4회 여성경제포럼(WWEF) 2015’ 성공파티 세션에선 ‘성공한 사람들이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비결’을 주제로 음악과 영화, 미술 분야에서 각각 성공한 예술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세션의 사회를 맡은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성시연 지휘자는 의지가 굉장히 강해 보인다”며 어떻게 자신을 계속해서 자극하는지 물었다. 이에 성 지휘자는 “한국에선 지휘자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더라. 혹시라도 좋은 직업에 대한 감언이설에 내 자신을 안주시킬까 두렵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내 자신에게 ‘오늘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좋은 얘기를 할 때면 (이를 100% 받아들이기보다) 30%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성 지휘자의 자존감은 이날 세션에 참가한 또 다른 연사인 심재명 명필름 공동대표에게도 통하는 ‘성공 비법’이었다. 심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 영화 마케팅사 ‘명필름’을 세워 공동경비구역JSA, 건축학 개론 등의 굵직한 작품을 내놓은 제작자이다. 그는 “과거에 누가 나에게 성공비결을 물으면 열등감이라고 답했는데 지금은 그것을 후회한다”며 “남과 비교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자존감을 지키고, 자신의 행복지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유리천장 타파를 언급하며 영화 ‘인턴’의 감독 낸시 마이어스의 사례를 꺼냈다. 그는 “헐리우드도 여자 감독이 전체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유리천장이 높은 곳”이라며 “낸시 마이어스는 67세 여자감독인데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천장이란 개념도 없던 시절에 저도 영화계에 들어왔는데 유리천장을 어떻게 깨야 하는지보다 유리천장을 같이 깨는 것을 고민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는 좋은 동료, 배우자, 연인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의 예술적인 오브제인 ‘못’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1998년 ‘못’을 소재로 처음 작품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고, 그 결과 공공미술까지 설치하게 됐다. 한 교수의 못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관계의 중요성, 확장을 의미한다.
한 교수는 “못으로 사람을 만들어 보여주니 사람들이 비로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 “사람들이 왜 못으로 표현한거냐 질문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못 얘기를 할 기회를 얻고, 전시할 기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주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예술가처럼) 내가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과감히 시간을 쏟고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