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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사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캠프가 반성문을 썼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미 유권자의 신뢰 상실과 코로나19 방역 실패 탓이라며 스스로 고래를 숙인 것이다. 11·3 대선이 치러진 지 거의 석 달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복 행보를 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성문에 반영됐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1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캠프의 토니 파브리지오 수석 여론조사요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7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플로리다·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텍사스 등 10개 경합주(州)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 만들었다.
파브리지오는 트럼프 패배의 첫 배경으로 신뢰상실을 꼽았다.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더 정직하고 신뢰받을만한 인물로 봤다는 의미다.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실패였다. 경제를 대선 향배를 가를 핵심으로 인식하다 보니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에 소홀한 게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얘기다. 파브리지우는 1차 팬데믹(대유행) 당시인 지난해 여름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고 폴리티코가 전한 만큼, 당시 보고서는 묵살당했을 공산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백인 남성이 떨어져 나간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지층인 교외 거주자 역시 대거 등을 돌린 점도 대선 패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간 트럼프 캠프는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흑인 등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수 부풀리기 등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폈으나 실상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결정적 역할이라는 게 명확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보고서를 작성한 파브리지오에 추가 질문을 타진했으나 그 어떤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 대변인도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번 보고서를 두고 ‘반쪽짜리’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퇴임 당시 지지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 사실상 불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2일 워싱턴이그재미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뭔가 할 것이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