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4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송 장관은 취임 초기 비(非) 육군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육군에 쏠려 있는 전력의 균형적 발전을 꾀하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간혹 부적절한 발언과 업무 스타일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나름 잘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관련 사태로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송 장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국방개혁’은 변화된 남북관계로 시작도 하지 못한채 논의만 거듭되고 있어 그를 곤혹케 하고 있는 모양새다.
송 장관은 취임 1주년을 이틀 앞둔 1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국방개혁 철학을 밝혔다. 그는 “국방개혁의 핵심은 문민통제 확립과 육·해·공군의 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 단계에서 남북 간 군축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 “그에 앞서 남북간 합의하기 쉬운 현안부터 차근차근 풀어가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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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국방개혁2.0’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2월 6일과 5월 11일 두 차례나 보고했지만, 국방개혁안에 대한 국방부와 청와대 간 견해차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전의 ‘대립과 갈등’ 국면이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제기되는 군축 추세와 국방개혁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핵심이다. 실제로 국방개혁안의 중심축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킬 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3축이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을 동원해 공격할 수 있다는 상황을 상정한 공세적 작전 개념이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달라져 향후 국방정책의 기조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지면서 송 장관이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기무사 개혁 작업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송 장관이 문제의 문건을 올해 3월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송 장관은 당시 해당 문건의 법리 검토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아닌 타 부처 고위공직자에게 맡긴 것으로 나타나 의혹을 더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무사 문건 관련 법리 검토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아닌 외부에 맡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올해 3월)당시 법무관리관이 (이전 정부 시절)위수령 관련된 문건을 작성한 사안으로 감사관실의 감사를 받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외부의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라고 답했다. ‘외부 전문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외부 고위공무원으로 개인 정보 차원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인지하고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4월 경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역시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가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관계에서 회색 지대 같은 그런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보고받지 않았다면 부인하면 될 일을 이렇게 어렵게 얘기한 것은, 청와대 실무진들이 관련 보고를 받고도 문 대통령이나 실장급 인사들에게까지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