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효율화 계획없이 돈 집어삼키는 대우조선

  • 등록 2017-03-23 오후 6:39:22

    수정 2017-03-23 오후 6:39:22

[이데일리 노희준 김경은 기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신규자금 투입에 또다시 나선 것은 잘못된 수주전망과 선박 인도협상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에서 2016년 115억달러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수주량은 애초 전망치의 13% 수준인 15억4000만달러였다. 올해도 수주량은 6억 달러에 그쳤다.

‘소난골 문제’는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은 대우조선에 발주한 1조원 규모의 선박 두 척을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며 가져가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신규 수주와 관련해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이 이어졌고 예상보다 2조원의 유동성 유입이 감소했다”며 “소난골 인도 지연 등으로 올해 중 약 1조4000억원의 유동성 부족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말라가는 돈줄…속시원한 해결방안 ‘NO’

반대로 돈줄은 말라가는데 갚아야 할 돈은 4월부터 차례로 돌아온다. 당장 내달 21일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시작으로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등 올해 9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까지 고려하고 기업어음(CP)까지 포함하면 총 1조5500억원의 사채를 갚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 수혈받은 4조2000억원 중 남은 자금은 4000억원뿐이다. 유동성 부족이 2분기에 현실화할 거라는 이유다.

금융권에선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이 최대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선박건조가 취소(Builder‘s Default)되면 짓고 있는 선박 114척이 사실상 고철처리 돼 투입원가 32조원의 상당부분은 날아가고 금융권 18조5000억원 여신 등이 손상처리돼 최대 59조원의 국가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신규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임 위원장도 “업황 회복을 가로막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

채권단은 올해와 내년 수주액을 20억, 54억 달러로 가정하고 소난골 드릴십을 2019년 이후 인도하는 등 극히 보수적으로 가정해 5조1000억원의 부족자금을 산출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실제 수주산업에 중요한 변수인 유가가 하락세다. 유가가 하락하면 소난골이 서둘러 대우조선 드릴십을 인도해갈 이유가 적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소난골은 추가 선가인하 요구, 인수금융 담보제공 문제 등으로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확대 가능성을 긍정적 요소로 내걸었지만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전망이 엇갈리는 요소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트럼프 집권 등 세계 경제는 자국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정치권은 각국의 과격파가 집권하는 추세인데 이는 전 세계 역사를 보면 경제불황의 직전의 모습”이라며 “선박 수주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체적 경영효율화 산업재편 등 밑그림 없어

특히 정부와 채권단의 전망치나 ’숫자‘를 더욱 보수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은은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지원을 발표했을 때 ’2016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1조6089억원의 영업손실, 2조710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500%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봤지만 연결기준으로 2372%에 이르렀다. 정부 데이터가 계속 틀려왔다는 얘기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대우조선 관련 데이터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수 조원의 돈을 다시 투입하겠다는 것은 부실에 대한 책임을 덮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금 지원이 명확한 조건과 장기적인 분명한 그림 속에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는 사업재편과 인수합병(M&A), 조선 ’빅3‘의 ’빅2‘재편 등 산업재편은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다음 과제(2018년 이후)로 미뤘다. 실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29%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 가운데 가장 낮다.

임 위원장은 “ 현단계에서 대우조선의 기업분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기업정리 역시 막대한 국민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있다”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역시 조선업의 극심한 불황을 맞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자칫 더 큰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IT 금융학부 특임교수는 하지만 “조선산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현상유지를 하려고 하고 있다”며 “문제가 드러난 2015년 이후 2년간 수 조원을 쏟아부으면서도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당국·금융기관· 경영진 노조에 대한 책임규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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