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팬텀싱어’가 불붙인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이 뜨겁다. 크로스오버 아티스트의 인기가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팬덤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의 앨범 및 공연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클래식 크로스오버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 ‘팬텀싱어’ 출신 아티스트들이 최근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레떼아모르 멤버 바리톤 길병민, 라비던스 멤버 테너 존노, 라포엠 멤버 카운터테너 최성훈(사진=봄아트프로젝트, 크레디아, EMK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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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클래식 크로스오버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3’ 출신 아티스트들이다. 앨범 판매에서 이들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룹 레떼아모르 멤버 바리톤 길병민이 지난달 17일 발매한 첫 클래식 앨범 ‘더 로드 오브 클래식스’(The Road of Classics)는 예약판매 하루 만에 플래티넘(클래식 앨범 판매량 1만장 이상)을 기록했고, 정식 발매 전날엔 2만 5000여 장이 예약돼 멀티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소속사 봄아트프로젝트 측은 “올해 발매된 모든 클래식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판매고”라고 설명했다.
그룹 라비던스 멤버 테너 존노의 새 앨범도 예약판매와 동시에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인기가 뜨겁다. 오는 21일 발매 예정인 존노의 새 앨범 ‘NSQG2-디 아더 사이드’(NSQG2-The Other Side)는 지난달 25일 예약판매 하루 만에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기존 클래식 크로스오버는 물론 뮤지컬·발라드·시티팝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을 수록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은 지난해 공연 결산에서도 잘 드러난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공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클래식·오페라 티켓 판매금액은 339억 570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64억 400만원)보다 128% 늘어났다. 장르별 판매 비중도 2020년 3%에 불과했던 것이 2021년 12%로 대폭 늘어났다. 인터파크 측은 “전통적인 클래식·오페라 관객층이 젊어지며 대중적인 인기가 상승한 면도 있지만, 라포엠·포레스텔라 등 크로스오버 아티스들의 활약도 컸다” 분석했다.
무엇보다 클래식 크로스오버에 대한 인기가 그룹을 넘어 멤버 개개인의 팬덤으로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클래식의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존노와 협업해 동요 앨범을 발표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코리안심포니 관계자는 “최근 다비드 라일란트 음악감독과 관객과의 만남 행사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라일란트 감독에게 존노를 소개한 관객이 있었다”며 “존노와 함께 발표한 동요 앨범으로 코리안심포니의 팬이 된 경우로, 크로스오버 음악 팬들이 클래식 시장으로도 유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들도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그룹 라포엠 멤버 카운터테너 최성훈은 오는 19~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첫 단독 콘서트를 정통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두 가지 콘셉트로 꾸민다. 최성훈은 “클래식을 잘 몰랐던 팬들도 제 음악을 통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 클래식과 크로스오버의 두 가지 매력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기존 성악예술은 외국어에 대한 이해 등 사전 지식이 없으면 팬이 되기 어려운데 크로스오버 음악은 이러한 장벽을 허물고 성악예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며 “연극배우가 영화배우로도 활약하는 것처럼 클래식 아티스트에게 크로스오버 음악은 대중예술의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팬덤 또한 예술을 지지하는 이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만큼 클래식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