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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사건 수사 ‘지지부진’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 이후 삼표산업의 현장과 본사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3명의 근로자가 숨진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해 수사를 맡은 고용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형 등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레미콘 제조업체 삼표산업은 상시 근로자가 약 930명으로, 법 적용 대상 기업이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량 지났지만, 중처법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수사가 속도를 내는 듯 보였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삼표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 사건은 일반적인 범죄 수사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나와야 중대재해법 상 삼표산업 본사의 안전 확보 의무 위반 여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안법 수사도 기존에 몇 개월씩 걸리기도 했지만, 이번 수사는 중대재해법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도 있는 만큼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삼표산업의 현장 관계자와 본사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부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히려 경찰의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작업 과정에서 발파 준비를 위해 특정 지점에 구멍을 내는 천공 작업 지점을 무자격자가 지정하고, 폭약 사용도 현장소장 결재 없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장에선 작업 시작 전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고, 토사 붕괴 방지 안전망도 설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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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도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적용 대상을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적용 시기를 2024년 1월로 미루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는 게 골자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위반의 기준이 될 안전 보건 예방 기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고용부의 수사 역량도 부족해 실제 처벌까지 받을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채석장 사고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사고 현장의 설계도를 읽는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노동법, 산안법 정도만 알고 있는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조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중대재해법은 모든 안전보건 관계법을 다루고 있어 영역이 매우 넓고 고용부가 관할하지 않는 법도 많다”며 “특히 수사의 기준이 되는 안전 보건 예방 기준은 엉성해 어찌어찌 수사를 마무리해도 소송에서 무죄 판결도 속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