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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유현욱 기자] 금융 당국이 카드사가 법인 회원이나 대형 가맹점을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해 회원사의 직원 해외여행 경비를 대주는 등 출혈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것을 법령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수료 수입이 연간 수천억 원 감소하게 된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카드사 중(中)금리 대출에 기존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렌털 사업을 허용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도 제시했다. 그러나 카드 업계는 ‘생색내기’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법인회원·대형가맹점 출혈 마케팅에 ‘철퇴’
금융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카드 산업 고비용 영업 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카드사가 대기업 등 법인 회원에게 카드 결제 금액의 0.5%를 초과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카드사와 법인 회원 모두 처벌하기로 했다.
현재 카드사는 법인 회원과 별도 이면 계약을 맺고 복지 기금 출연, 직원 해외 연수 지원 등 카드 결제액의 1% 안팎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법령을 개정해 이런 지출액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도록 강제하고 어기면 양쪽 모두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법인 회원에게 카드 가입 첫해 연회비를 받지 않던 관행을 금지하도록 표준 약관도 만든다.
자동차 업체·통신회사·마트 등 대형 가맹점도 카드사로부터 과다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유권 해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명시하기로 했다. 대형 가맹점의 경우 카드사가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이 수수료 수입을 넘는 사례까지 있는 만큼 출혈 마케팅이 이뤄진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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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는 어려워…업계는 “생색내기 방안”
카드사의 신규 사업을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전체 자산 비중) 규제를 적용할 때 최고 금리 연 14.5%(평균 금리 연 11%) 이하인 중금리 대출과 빅데이터 사업 관련 자산은 총자산 계산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현재 신용카드사는 카드론(장기 카드대출),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대출) 공급액 등 전체 자산이 보유 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대비 전체 자산 비중이 6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업계의 불만이 컸다.
이밖에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를 자동으로 해지하던 규정을 없애 카드사가 신규 회원 모집에 과다한 비용을 쓰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 업계는 이 같은 방침에 불만을 품고 있다. 업계가 요구했던 방안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카드 상품의 할인,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등 부가 서비스 축소가 대표적이다. 현행 금융 감독 규정은 신용카드 신규 출시 후 부가 서비스를 3년 이상(2016년 1월 말 이후 출시 카드) 유지했고 앞으로 수익성 유지가 어렵다면 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도 의무 유지 기간이 지난 부가 서비스를 없앨 수 있게 해달라고 금융 당국에 건의해 왔다.
그러나 이날 금융위는 기존 카드의 부가 서비스 축소 문제를 중장기 논의 과제로 미뤘다. 소비자 반발, 카드사의 약관 설명 의무 위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실상 서비스 축소가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카드사가 회원인 여신전문금융협회는 “핵심 과제인 부가 서비스 축소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고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역시 업계 의견이 수정 반영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중소형 카드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카드사가 취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량 자산이 줄어 건전성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카드사 노동조합은 정부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며 금융 당국에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한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 실무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본 후 각 회사 의견을 취합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