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조만간 내놓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컨설팅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만 감안한다면 현산의 막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민 깊어지는 현산, 맥킨지 컨설팅 결과 촉각업계에서는 현산이 맥킨지가 내놓을 컨설팅 결과를 얼마나 수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맥킨지는 이미 과거 국내 대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컨설팅으로 구설에 오르며 그 명성에 흠집이 난 상태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LG전자,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컨설팅 결과에 해당 기업들은 사업재편에 실패하고 말았다.
일각에선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가 되레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M&A 전략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현산이 대형 항공사 PMI 경험이 많지 않은 맥킨지에 PMI를 의뢰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한화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화는 딜이 중단된 후 9년에 걸친 법정 소송 끝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절반 이상(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은 과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실패 전례를 들어 맥킨지에 용역을 맡기는 자체를 꺼린다”며 “이번 맥킨지의 아시아나항공 PMI 컨설팅 역시 또다른 실패 사례로 남게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컨설팅 결과는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참고사항이라는 점에서 현산은 맥킨지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항공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현산이 새로운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하며 딜을 완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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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과거 경영컨설팅 번번히 실패현산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신뢰가 추락한 맥킨지 컨설팅의 실패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소비재보다는 중공업으로 전환하라”는 맥킨지의 컨설팅을 수용했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당시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박용만 회장은 맥킨지 출신 인사를 잇달아 두산그룹 고위임원으로 영입해 M&A를 진행했다. 맥킨지의 컨설팅대로 OB맥주, 코카콜라, 처음처럼 등 기존 소비재부문을 매각한 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했다.
| 수주 부진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에 이어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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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중공업 부문이 흔들리며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면 OB맥주는 2007~2013년 7년간 연평균 1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버거킹도 20% 이상 급성장했다. 두산그룹이 중공업과 소비재를 양대 축으로 사업재편을 시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유동성 위기까지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도 맥킨지 컨설팅의 대가를 치뤘다. 2009년까지만 해도 매출 50조원대에 영업이익 3조원에 육박했던 LG전자는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투자하라”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였다. 당시 남용 부회장은 사내 임원 8명중 7명을 외국인으로 채우기도 했다. 맥킨지는 특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려 할 때 남 부회장에게 ‘스마트폰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마케팅에 집중한 LG전자는 1년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섰으며 대세가 된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고 말았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도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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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맥킨지의 컨설팅으로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비난여론이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해양플랜트 연구·개발(R&D)을 위해 마곡 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지만 불과 1년 후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나 해양플랜트 수주량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맥킨지는 3년후인 2016년 다시 해양사업 철수를 권고했다. 결국 오락가락한 컨설팅에 의해 막대한 자금과 시간만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맥킨지를 포함한 외국계 컨설팅사들은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컨설팅 붐으로 썰물처럼 들어왔다 재미를 톡톡히 봤다”며 “하지만 잘못된 컨설팅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낭패를 본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