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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7일 카슈끄지 살해 순간이 담긴 오디오가 있다는 터키 고위 관계자를 인용, 당시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앞서 터키 친정부 성향 언론인 예니샤파크도 카슈끄지가 살해당하는 상황이 녹음된 파일을 직접 확인·청취했다며 같은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사우디 영사 집무실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뒤 옆방 서재로 옮겨져 바로 살해당했다. 불과 7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녹음 파일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 모하메드 알 오타이비는 고문 도중 요원들에게 “밖에서 해라.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빠뜨릴 것 같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알 수 없는 남성은 “사우디로 돌아가 살아남고 싶으면 조용히 해라”라고 답했다. 오타이비 영사는 그간 “아무 것도 모른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현재는 귀국한 상태다.
또 15명의 사우디 요원 일행에 포함된 법의학자가 사체를 훼손하는 요원들에게 “나는 시신을 해체할 때 안정을 위해 음악을 듣는다. 너희들도 음악을 들으면서 해봐라”라고 조언하는 내용도 녹취됐다. 앞서 터키 정부는 이들 요원이 사건 당일 터키에 입국해 당일 출국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행에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경호원 출신 인사 4명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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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사우디가 무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중동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우디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을 재차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무기 수출과 이란 견제 측면에서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직접 전화통화한 뒤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 언론인 피살과 관련해 왕실 개입 여부 등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비즈니스와 안보 협력에 있어 사우디의 중요성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억달러는 사우디 정부가 지난 8월 시리아 북동부 지역 안정화 및 재건을 위해 미국에 약속한 지원금이다. 이미 예정돼있던 돈이고 용도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시기가 오묘하다.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된 모든 정황들이 사우디 왕실을 향하고 있는 시점에 거액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두 신문은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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