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인, 잔혹한 피살 녹취록 있다"…속속 드러나는 왕실 개입 정황(종합)

터키 관료 "살해 당시 상황 담긴 녹음 파일 있어"
"고문 시작 7분만에 사망…사체 참수하고 음악들으며 토막내"
트럼프 "녹음 파일 요청…확정 전까지 책임 물어선 안돼"
  • 등록 2018-10-18 오후 4:02:23

    수정 2018-10-18 오후 4:02:23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정다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1시 15분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다시 영사관에서 나오는 영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영사관에선 카슈끄지를 기다리고 있던 사우디 요원들이 있었다. 카슈끄지는 영사관에 들어서자마자 요원들에게 붙잡혀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몇 분 뒤 그는 숨을 거뒀다. 머리가 잘려나갔고 몸통은 토막이 났다. 손가락은 고문 도중 잘렸다. 요원들은 2시간 뒤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7일 카슈끄지 살해 순간이 담긴 오디오가 있다는 터키 고위 관계자를 인용, 당시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앞서 터키 친정부 성향 언론인 예니샤파크도 카슈끄지가 살해당하는 상황이 녹음된 파일을 직접 확인·청취했다며 같은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사우디 영사 집무실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뒤 옆방 서재로 옮겨져 바로 살해당했다. 불과 7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녹음 파일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 모하메드 알 오타이비는 고문 도중 요원들에게 “밖에서 해라.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빠뜨릴 것 같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알 수 없는 남성은 “사우디로 돌아가 살아남고 싶으면 조용히 해라”라고 답했다. 오타이비 영사는 그간 “아무 것도 모른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현재는 귀국한 상태다.

또 15명의 사우디 요원 일행에 포함된 법의학자가 사체를 훼손하는 요원들에게 “나는 시신을 해체할 때 안정을 위해 음악을 듣는다. 너희들도 음악을 들으면서 해봐라”라고 조언하는 내용도 녹취됐다. 앞서 터키 정부는 이들 요원이 사건 당일 터키에 입국해 당일 출국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행에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경호원 출신 인사 4명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속속 드러나는 카슈끄지 피살 정황은 배후설을 부인해오던 사우디 왕실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사우디 정부가 준비중이라고 알려진 ‘심문 도중 한 요원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과 달리, 계획된 범행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꼬리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던 사우디 왕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카슈끄지가 그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써왔던 것도 왕실 개입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AFP PHOT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증거를 내놓으라”면서 여전히 사우디를 두둔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녹음 파일 존재 여부에 의혹을 제기하며 “그것(증거물)이 있다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다. (급파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귀국했을 때 완전한 보고를 받게 될 것이다. 아마 일주일 내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우디가 무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중동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우디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을 재차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무기 수출과 이란 견제 측면에서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직접 전화통화한 뒤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 언론인 피살과 관련해 왕실 개입 여부 등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비즈니스와 안보 협력에 있어 사우디의 중요성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정부가 전날 미국 정부에 1억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 피살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급하게 사우디를 찾은 폼페이오 장관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디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날이다.

1억달러는 사우디 정부가 지난 8월 시리아 북동부 지역 안정화 및 재건을 위해 미국에 약속한 지원금이다. 이미 예정돼있던 돈이고 용도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시기가 오묘하다.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된 모든 정황들이 사우디 왕실을 향하고 있는 시점에 거액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두 신문은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터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