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14일 열린 제7회 세계전략포럼에서 ‘A.I.의 시대, 한국의 미래전략 포스트 알파고(Post AlphaGO)’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검색을 하게 되면 페이지뷰가 쌓이고 빅데이터를 갖게 되면 인공지능이 전부 이를 인지해서 구글이 이를 안경, 자동차 등의 형태로 다시 들고 나오는 식”이라며 “OS 안드로이드가 구글 무인자동차의 운전수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이사장은 “디지털 에셋(asset, 자산)이 아날로그 에셋으로 전환하고, 또 다시 아날로그 에셋이 디지털 에셋으로 전환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본인이 2006년 발표한 책, `디지로그(Digilog)`가 바로 구글이 보여주고 있는 AI시대의 생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인터페이스(Interface)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하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AI에 대한 욕구는 60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잭 굿은 체스를 뒀고, 튜링은 바둑을 뒀는데 이때부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스를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이 반드시 바둑을 이길 수 없다”며 “바둑은 우뇌로 작동하는 영역이고, 인공지능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이런 식의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 어느 것이 뛰어난지 대결하는 식, 즉 대립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일본에서 동경대 합격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 같았으면 서울대 들어가려고 어린아이들이 유치원부터 교육열에 시달리는데 결국 인공지능이 하는 일을 목숨 걸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앞서 얘기했듯이 디지로그, 인터페이스 등의 키워드에서 보여지듯 인공지능과 인간의 융합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에서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융합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는 ‘오간다’, ‘버려둔다’는 식의 영어로는 번역이 안되는 말들을 사용한다. 김치가 다 익어서 버려야 할 것을 버려두니 묵은지가 되는 식이다. 누룽지, 시래기 등도 마찬가지다”며 “미래전략은 여기에 있다. 대립관계가 아니고 공생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생명도 생기고, 미래기업도 나온다”며 “건강, DNA 등 인간 능력으로 풀 수 없는 것들은 인공지능과 융화해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데 디지로그, 인터페이스, 생명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