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취임 100일 맞은 정세균, '코로나총리'서 이제는 '경제총리'로

중대본 본부장 맡아 코로나 방역 진두지휘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정치권 휘둘리지 않고 정부안 고수
'목요대화' 활용 포스트 코로나 대비…"경제 총리 행보"
  • 등록 2020-04-21 오후 9:34:26

    수정 2020-04-21 오후 9:34:26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문재인정부 두번째 총리직을 맡아 경제·소통·협치를 표방했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총리는 ‘코로나 잡는 총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방역 콘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 총리조차도 “경제총리, 통합총리가 제가 가고자 했던 길인데 코로나 총리가 되게 생겼다”고 할 정도로 취임 직후 발생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근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한자릿수로 감소하며 진정세를 보이자 정 총리의 코로나19 대응 리더십도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19’ 대비는 물론 4·15총선 이후 달라진 정치 지형에서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던 경제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대구 현장서 20일간 진두지휘

정 총리는 지난 2월23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4월15일 총선일을 빼고 주말도 빠짐없이 회의를 주재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불거졌던 ‘컨트롤 타워’ 논란도 정 총리가 지휘봉을 잡은 뒤 사라졌다. 실제적인 방역은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에 일임하면서 출입국 관리,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수급 등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조치는 정 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에서 결정했다.

정 총리는 지난 2월22일 ‘코로나19 대응 국민께 드리는 담화문’ 발표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2월25일 신천지 신도 집단감염으로 상황이 심각해진 대구에 내려가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4주 이내에 대구시를 안정적인 상황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 총리가 대구에 머물며 현장 대응을 지휘했던 3주간의 기간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대구지역에서 2월29일 하루 확진자가 742명까지 치솟았고, 병상부족으로 입원을 대기한 인원만 1662명에 달했다.

부족한 병실확보 직접 설득 나서.. 마스크 대란 대국민 사과

최악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6선 국회의원, 세 차례 당 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등을 지낸 정 총리의 관록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정 총리는 직접 관계기관·지방자치단체 설득을 통해 병상 확보에 나서는 것은 물론 기업 관계자도 설득해 콘도, 연수원 등의 생활치료센터 활용 협조를 구했다. 지난 3월6일 2449명에 달했던 대기환자는 현재 사실상 없는 것으로 중대본은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자 정 총리는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한편으론 공급확대와 수요분산, 대체마스크 보급 등의 초기 혼란 수습의 총대를 멨다.

지난 3월5일 기획재정부는 수요분산 대책으로 마스크 구매 2부제(홀짝제) 도입을 보고했으나 정 총리는 “국민들이 줄을 서는 불편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시했고, 초유의 임시국무회의 정회를 거쳐 현재의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됐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3월6일 이마트 성수점을 방문해 매장 등을 둘러보며 사회적 거리두기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온라인 개학,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여부 등 과제도 남았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 석 달 간의 경험은 우리에게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을 주었다”면서 “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하면 빠르게 빈틈을 파고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목요대화 시작.. 21대 국회와 협치 주목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생활·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 것인지에 정 총리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정 총리는 목요대화, 포스트 코로나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오는 23일 사회 원로들을 초청해 코로나19가 가져올 충격과 시스템의 변화 등을 주재로 첫번째 목요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화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비롯해 국무총리 산하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성경륭 이사장이 참석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주제로 하는 목요대화는 오는 6월4일까지 총 6회로 진행,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대한 총론과 보건·문화 등 각론을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범위를 둘러싼 당정간 기싸움도 정 총리가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 확인할 시험대다. 전국민 지급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예산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는 재정여력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원대상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재부 입장에 서서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 처리를 요청했지만 의견이 제각각인 정치권을 하나로 묶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4·15 총선으로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확보한 여당의 기세에 정부 정책이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당·정·청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입법부 수장 출신 총리로서 새로 출범하는 21대 국회와 바람직한 협치모델 구현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3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엔 정 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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