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줘서 연설문 받아본 최순실…처벌 가능할까?

檢 문건유출로 수사확대…증거분석 및 고발장 접수
대통령기록물법 및 공무상비밀누설 위반 여부가 관건
법원 "연설문 초안은 대통령기록물 아냐"
  • 등록 2016-10-25 오후 7:18:27

    수정 2016-10-25 오후 7:18:27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따라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을 넘기는 과정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사건 수사팀은 25일 “전날 JTBC로부터 삼성 태블릿PC 한 대를 수령해서 분석 중”이라며 “태블릿에 들어 있는 파일에 대해서는 수사단서로 삼을 부분이 있으면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민단체 활빈단이 해당 사건 관련자를 대검찰청에 고발해서 검찰 수사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여부 따질 듯

법조계에 따르면 앞으로 검찰 수사는 청와대에서 유출한 문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작업을 거쳐서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죄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여부를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다만 ‘직무상 비밀’은 반드시 비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밀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밀을 유출할 것 자체를 처벌하는 게 법익이기 때문이다. 최씨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알았던 대통령 연설문 내용과 청와대 인사명단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두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 판사는 “당시에 관련 내용이 확정된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도 국정에 관련한 민감한 것이었다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法 “초안문건은 대통령 기록물 아니다”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세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이 형법보다 무겁지만, 인정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이른바 ‘대화록 폐기’ 사건과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에서 대통령기록물법을 해석하고 네 가지 충족요건을 제시했다.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및 도서·대장 등 자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중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대통령기록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원은 대통령기록물은 ‘생산이 완성된 문서’여야 하고 ‘원본만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추가 단서를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정을 지시했던 대화록을 폐기한 것과 대통령기록물 복사본 등을 유출한 두 사건 모두에서 무죄가 난 이유다.

최씨에게 넘어간 대통령 연설문이 완성 전에 수정을 거듭하던 상황이었는지, 추가 출력물이거나 복사본 형태였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 및 법적 해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깐깐한 해석을 유지하는 법원 입장을 고려하면 해당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해석해서 기소하거나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통일대박론’을 밝히면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JTBC는 전날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해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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