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미국만 있냐"는 中왕이…시진핑 방한은 또 '미정'

언급 자제 속 "바이든, 트럼프와 다를 것" 기대감 나타내
韓 한한령 해제 요구에는 "소통과 협력 지속하자"는 대답만
강경화 장관 첫 中공식 초청…전략회의 등 소통 강화키로
  • 등록 2020-11-26 오후 5:03:17

    수정 2020-11-27 오후 3:13:30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26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에 미국만 있는가”

26일 방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직후, 이번 방한이 미중 갈등과 관련해 한국 측에 ‘균형’을 유지해달라는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실제 3시간 넘게 이어졌던 회담과 오찬 가운데서 왕 부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골적인 중국 때리기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달리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당선자는 다른 대중접근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는 전언이다.

왕 부장이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앞서 한국 측에 ‘균형’을 유지해달라는 압박을 가할 것이란 일각의 외교적 전망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주로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왕 부장은 강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고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한중 인문교류촉진위원회, 한중 해양 사무협력대화 등 각급에서의 소통 채널도 활발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2021~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에 대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5년간 경제협력 방향을 담은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 2021~2025년’ 문건도 채택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등 환경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와 내년 우리나라에서 개최 예정인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왕 부장의 방문을 두고 기대됐던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시일은 이번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한국을 제일 먼저 방문하겠다”는 원칙과 의지에 대한 재확인만 이뤄졌을 뿐이다. 왕 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통제돼야 시 주석의 방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부분에서의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서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 강 장관의 요청에 왕 부장은 “이 부분에서도 소통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결국 한국 측이 요구해왔던 핵심적인 의제들에 대해서는 협상카드를 쓰지 않은 채 ‘보류’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날 왕 부장의 방한에 대해 “규범에 의한 국제적인 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쟁탈전이 막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의 방중 초청을 비롯, 차관·국장 등 각급 대화소통채널을 마련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대한 드라이브를 건 것에는 국제질서의 규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인 가운데, 북한 역시 미국 행정부 교체를 보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 측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고, 중국도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약속했다.

왕 부장은 1박 2일 동안 카운터파트인 강 장관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여권 핵심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한중 외교장관 정상회담은 당초 10시에 예정됐었지만 왕 부장의 지각으로 25분 정도 늦어지는 등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9시 40분쯤 중국 측으로부터 관련해 양해를 구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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