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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직후, 이번 방한이 미중 갈등과 관련해 한국 측에 ‘균형’을 유지해달라는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실제 3시간 넘게 이어졌던 회담과 오찬 가운데서 왕 부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골적인 중국 때리기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달리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당선자는 다른 대중접근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는 전언이다.
왕 부장이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앞서 한국 측에 ‘균형’을 유지해달라는 압박을 가할 것이란 일각의 외교적 전망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주로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왕 부장은 강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고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한중 인문교류촉진위원회, 한중 해양 사무협력대화 등 각급에서의 소통 채널도 활발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왕 부장의 방문을 두고 기대됐던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시일은 이번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한국을 제일 먼저 방문하겠다”는 원칙과 의지에 대한 재확인만 이뤄졌을 뿐이다. 왕 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통제돼야 시 주석의 방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부분에서의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서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 강 장관의 요청에 왕 부장은 “이 부분에서도 소통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결국 한국 측이 요구해왔던 핵심적인 의제들에 대해서는 협상카드를 쓰지 않은 채 ‘보류’한 셈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인 가운데, 북한 역시 미국 행정부 교체를 보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 측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고, 중국도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약속했다.
왕 부장은 1박 2일 동안 카운터파트인 강 장관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여권 핵심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한중 외교장관 정상회담은 당초 10시에 예정됐었지만 왕 부장의 지각으로 25분 정도 늦어지는 등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9시 40분쯤 중국 측으로부터 관련해 양해를 구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