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 고갈 빨라졌다..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메꾸나(종합)

건강·장기요양 보험 소진, 최대 8년 빨라져
고용보험도 적자로, 흑자 전망 빗나가
경기 악화, 고령화, 저금리탓..차기정부 난제
"사회보험 지원 없애자" Vs "보험료 올리자"
  • 등록 2017-03-07 오후 5:14:46

    수정 2017-03-07 오후 11:28:3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건강보험 등 주요 사회보험 적립금이 수년 뒤 고갈이 나는 것은 과거 예측보다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경기가 침체가 심각한 데다 고령화 속도까지 빨라졌기 때문이다. 당장 차기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인상 여부를 비롯한 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2016~2025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주요 사회보험 적립금이 조만간 소진된다는 점이다. 당장 차기정부부터 현실화된다.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23년경 소진된다. 장기요양보험은 계속 적자가 확대돼 2020년경 소진된다. 고용보험은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이는 2015년 예측치보다 앞당겨진 결과다. 2015년 12월 기재부가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 결과와 비교해 보면 건강보험은 2025년에서 2023년, 장기요양보험은 2028년에서 2020년으로 적립금 소진 시점이 각각 2년, 8년씩 빨라졌다. 당시 고용보험 재정수지는 흑자를 유지한다고 밝혀,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고용보험도 적자로, 흑자 전망 빗나가

단위=조원, 8대 사회보험 중 적자 재정수지 집계, (자료=기획재정부)
기재부 연금보건예산과 관계자는 전망치가 바뀐 이유에 대해 “전반적으로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국민 소득이 줄고 이에 연동된 보험료가 감소했다”며 “저금리 기조로 이자율이 낮아져 보험료 수익률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악화로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데 가파른 고령화로 사회보험이 쓸 데는 많아진 셈이다. 적립금에 빨간불이 켜진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은 매월 직장인 월급에서 일정 부분이 자동으로 납부된다.

다른 사회보험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보험료 수입 증가율(5.3%)보다 지출 증가율(10.7%)이 더 높다. 사학연금의 흑자 규모는 2016년 9000억원에서 2025년 7000억원으로 흑자 규모가 감소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2016년 3조8000억원 적자가 2025년 9조7000억원으로 확대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는데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적자가 수조원에 달한 것이다.

게다가 소진 시점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2016~2025년)가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설정한 경제 지표가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KDI 자료를 근거로 해 추계 전제로 GDP 성장률 3.1%(2016~2020년), 2.7%(2021~2025년)을 설정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2%대로 내려 앉은 상황이다. 당장 차기정부 초반부터 적립금 고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8대 사회보험 연평균 증가율. (출처=기획재정부)
“정부 지원 없애자” Vs “보험료 올리자”

이 같은 상황은 정부도 이미 예견한 결과였다. 2015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부분은 현재와 같은 저부담, 고급여 체계 하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며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의 지속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관련 사회보험 대책 논의는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쟁점이 산적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은 법을 개정해야 하고, 건강보험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료 요율을 결정한다.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요율에 연동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등의 보험료를 인상할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보험료율을 인상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실업자 증가를 감안해 고용보험 보험료를 올릴 경우에도 노조, 기업도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여야는 이 같은 전망치를 놓고 상반된 해법을 내놓았다. 여당 측에선 정부 지원을, 야당 측에선 보험료 인상론을 들고 나왔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은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올리는 건 무리”라며 “올해 만료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시한을 3~5년 늘리거나 국고지원 비율을 높이는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보험료 부담률이 다른 나라보단 낮지만 부담률을 급격하게 올리면 저소득층이 공적보험의 사각지대로 가게 된다”며 “고소득층의 보험료 상한액을 높이거나 누진을 강화해 고소득층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가재정 지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병연 기획재정부 연금보건예산과장은 “건보료 국고지원을 계속할 지, 사회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일지 결정된 건 없다”면서 “사회보험의 경우 정부 지원은 보조적으로 하고 보험료 수익으로 충당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금 소진 전망은 지금부터 대비하라는 경고 신호”라며 “사회보험 지원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보수 측 입장과 보험료 인상과 정부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자는 진보 측 입장이 충돌할 것이다.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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