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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열린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전임 기시다 총리에 이어 (이시바) 총리와도 셔틀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한일 관계 발전을 굳게 이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셔틀외교도 활용하면서 대통령과 긴밀히 공조해 나갔으면 한다”며 “현재 양호한 양국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양국 국민의 교류와 상호이해가 중요하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계기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그런 환경을 조성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달 1일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지 9일 만에 성사됐다. 돈독해진 한·일 관계를 보여줬다는 게 외교가 평가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지한파(知韓派)로 꼽히는 데다가 한·일 관계 개선 주역이자 이시바 총리의 당선을 도운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의 정책적 영향력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유착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도 이날 한·일 공조가 역내 평화·안정에 중요하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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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세안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과의 관계도 크게 진전됐다. 이날 “한국은 아세안 중시 외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동 번영의 파트너로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국과 아세안이 수립하기로 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아세안의 외교관계 중 가장 격이 높은 것으로 전 세계에서 6개국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발표하는 등 대(對) 아세안 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참석을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해 “실질적·호혜적 파트너십 발전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을 계기로 안보·경제·사회 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안보 분야에선 다음 달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해 국방 당국 간 소통을 강화하고 해양안보 공조 강화를 위해 한국의 퇴역함을 아세안 국가에 양도한다. 또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비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는데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개발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 통일 정책인 ‘8·15 독트린’에 대한 아세안 국가 지지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번 정상회의 의장인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재수교 30주년을 맞는 내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한 한-라오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갱신하고 기후변화 협력 기본협정·국외 산림 탄소배출 감축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中 총리와 양자회담은 불발
이번 라오스 방문 기간 리창 중국 총리와의 양자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다자회의 일정이 빠듯한 데다가 고위급 대화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이런 움직임은 한·중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며 이 지역에 더 많은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을 마지막으로 5박 6일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