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매니저, 저조한 수익률에도 여전히 고액연봉 챙겨

작년 상위 25명 수익 12조원…공기업 임원 합계보다 많아
'2%-20%' 룰 덕분…50위가 은행 임원보다 많이 벌어
  • 등록 2017-05-16 오후 4:39:35

    수정 2017-05-16 오후 4:39:35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시몬스 펀드매니저.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 해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관투자자 전문지 알파매거진이 작년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익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고액 연봉 상위 25명 중 절반 가량이 한 자리수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12%보다 낮은 수익률을 안겨준 것이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벌어들인 돈은 어마어마했다. 지난 해 25명의 매니저들이 수수료 등으로 챙겨간 금액은 무려 110억달러(약 12조276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130억달러와 비교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많은 금액이다.

가장 많은 돈을 번 매니저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시몬스로 지난 해 16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이자 지난 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냈던 헤지펀드 거물 로버트 머서의 수익은 1억2500만달러에 그쳤다. 422억달러를 운용하는 르네상스의 대표 펀드 두 개는 각각 21.5%,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2위는 14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브릿지 워터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댈리오가 차지했다. 1650억달러를 굴리는 이 회사의 주력 펀드는 수익률이 2.4%에 불과했지만, 수수료를 낮춘 올웨더 펀드는 11.6%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조성된 펀드의 수익률도 7%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3위에는 7억5000만달러씩 번 투 시그마의 존 오버덱과 데이비드 시겔이 이름을 올렸다. 3위 이하로는 수익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윌리엄 애크먼, 폴슨 앤 컴퍼니의 창업자 존 폴슨, ‘제2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ESL인베스트먼트의 에드워드 램퍼트 등 업계 유명 인사들은 25위권에 아예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25명이 벌어들인 돈은 지난 해 공기업 임원들의 연봉 합계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상위 50명의 매니저들 중 가장 적은 연봉을 받은 매니저조차 일반적인 은행 중역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같은 왜곡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니저들이 투자자들에게 2%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익의 20%를 챙겨가는 소위 ‘2%-20% 보상’ 때문이다. 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비판했던 시스템이다. 그는 지난 6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서도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높은 수수료를 주느니 치과의사나 배관공 등에게 돈을 쓰는 게 낫다”면서 “일부 매니저들은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10년 전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낮은 수수료의 인덱스펀드가 고액 수수료를 받는 헤지펀드 프로테지 파트너스보다 수익률이 좋다는데 100만달러를 걸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버핏 회장이 이길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4월까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2%에 그친 반면 S&P500지수는 6.5% 상승했다.

한편 3조달러의 헤지펀드 업계는 8년 연속 시장보다 저조한 성과를 기록하며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헤지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700억달러로 3년 연속 환매를 기록했으며, 애크먼과 같은 일부 매니저들은 투자 실패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어 연봉이 깎였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니얼 로브 써드포인트 대표는 최근의 헤지펀드 업계가 “치명적인 시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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