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영역 키워야 투자 받는다…어려울수록 더 해외 공략

초기 스타트업들 잇달아 해외 법인 설립
여행·조각투자·커머스 등 업종 무관
내수만으로 확장성 입증 못해
원하는 밸류에이션 받으려면 글로벌 진출 필수
  • 등록 2022-08-16 오후 5:47:42

    수정 2022-08-16 오후 5:47:42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은 꾸준히 해외 시장을 노크하며 글로벌 기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국내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사업성과 기술을 무기로 시장 규모가 더 큰 해외로 나아가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트립비토즈 앱스토어 서비스 자료 갈무리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여행 스타트업 트립비토즈는 8월 마무리를 목표로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법인을 헤드쿼터로 활용해 동남아시아에 플랫폼을 론칭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이나 독립호텔 위주로 고객사를 모집해 트립비토즈의 고객들과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여행사 전문 인재들을 확보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싱가포르에는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 아고다 등 글로벌 여행사들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위치해 관련 전문가가 많다.

트립비토즈는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여행사(OTA)다. 글·사진이 일반적인 타 온라인여행대행(OTA) 플랫폼과 달리 고객이 직접 찍어 올리는 숏폼 영상 위주 서비스라는 점, 영상에 하트와 리뷰를 달면 숙박예약 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트립캐시를 제공하는 것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트립비토즈는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해외 사업 비중이 대부분이었다. 팬데믹 기간 하늘길이 봉쇄되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기회로 국내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거래액은 2019년 45억원에서 2020년 110억원, 2021년 3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 기준 352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최초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반기에도 흑자를 냈다.

다만 여행관광업은 한 국가에 대한 고객 의존도가 높으면 사드 사태나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정치적 이유로 여행업계가 받는 타격이 크기에, 본래 타깃이로 삼던 글로벌 시장 위주로 외연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여행부터 조각투자까지 업종 무관 해외로 ‘GO’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의 서비스 사진. 사진=아트앤가이드 누리집 갈무리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 역시 해외 진출 준비에 한창이다. 열매컴퍼니는 자기자본으로 미술품을 매입하고, 플랫폼 고객인 공동투자자들을 모아 소유권 지분을 나눈 뒤, 재매각 차익을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내고 있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를 해외에도 도입하기 위해 연내 미국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시장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해외 플랫폼을 개발 중으로, 내년 초중반 출시할 예정이다.

미술품 공동구매뿐 아니라 국내 서비스를 준비 중인 실물자산 기반 가상자산 한국형증권형토큰(STO)와 NFT(대체불가토큰) 사업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한다. STO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가상자산으로, 열매컴퍼니는 국내외 STO 등 다양한 증권형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지난 6월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바 있다. 이미 설립한 홍콩법인과 곧 세울 미국법인을 통해 각각 아시아권과 미주권으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예 초기부터 해외 사업을 구상 중인 업체도 많다. 최근 프리 시리즈A 단계 투자를 받은 스타일링 추천 앱 ‘이옷’ 운영사 신사유람단이 대표적이다. 이옷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기반한 패션 스타일링 플랫폼으로,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별과 나이, 취향, 체형 특성, 직업군 등 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고객 니즈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주는 방식인데, 초개인화라는 독창성을 살려 유럽과 아시아,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내년 2분기 프랑스에 법인을 세워 거점을 만들고 현지 파트너와 협업할 계획이다. 프랑스 법인을 통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프랑스 현지 론칭한 신규 브랜드 라이선스 체결 등에도 활용한다는 것.

강성열 신사유람단 대표는 “K 스타일 자체가 글로벌 이슈가 되는 만큼 해외 플랫폼을 통해 개인화된 스타일링 추천뿐 아니라 K 콘텐츠에 맞는 패션을 추천받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이옷 앱스토어 서비스 사진 갈무리
메마른 투자금, 돌파구 찾아 해외로 ‘러시’

스타트업 중 초기단계 기업들에서부터 해외 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국내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벤처케피털(VC)마다 사업 확장성을 투자 결정과 밸류에이션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원하는 밸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 조건이 됐다.

해외 진출은 국내외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꼽힌다. 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는 “2019년도까지만 해도 국내 자본이 충분했기에 국내 시장 상황만으로도 밸류를 높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내수만 바라보고서는 밸류를 높이기 어려워졌다”며 “경기침체가 오면서 전 세계 투자금이 다 말라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사업 확장성에 대해 워낙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국내 내수시장의 한계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스타트업계 니즈가 커졌다”며 “한국에서 사업성을 검증받은 곳 위주로 향후 2~3년간 글로벌 시장 진출 움직임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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