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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2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주저앉는 일본, 부활하는 일본’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최근 일본을 방문해 느낀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진 센터장은 이 책의 공동저자들과 함께 일본 정치인, 언론인 등 35여명의 인사를 한일관계와 역내·글로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 센터장은 “일본 정치권이 이전보다 한국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특히 독도 주변 해양조사선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일본의 논설위원은 그에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증가했으나 독도 해양선 사건 이후 줄어들었고, 윤석열정부의 대응 양상을 보고서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여전히 강경했다는 설명이다. 진 센터장은 “다른 것은 양보할 수 있으나 강제징용 등에서는 (양보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일본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본 측 인사들에게 윤덕민 주일대사 내정자 등이 거론한 대위변제 방식의 해법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는 전혀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민당 의원에게 대위변제를 하더라도 일본 기업이 (사죄 등을 위해) 피해자들을 만나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노’(no)라고 하더라”며 “쿼드 참여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 등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양보할 게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 센터장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경우, 보수정권에서도 한일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며 “불신의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 때는 피해자 단체들과의 소통이 없이 한일 정부만 소통했고,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소통 없이 피해자 분들만 만났다”며 “이번에는 양쪽 모두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필진 중 한 명인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는 “일본이 관심있는 것은 한국이 얼마나 자유주의 질서 지키기에 진심인가라는 것”이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자신들만큼 분노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역시 일본에서 느낀 현안 인식에 대한 ‘괴리감’에 공감하며 “일본은 한국이 유지국(有志國·뜻을 같이 하는 나라)인지 문재인정부와 달라졌는지 조심스럽게 일본인 특유의 속도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같은 일본의 입장에 한국이 무조건으로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방향성과 태도를 명확히 해 예측가능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는 모이면 모일수록 정확해진다는 기능적 측면과 신뢰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지소미아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주저앉은 일본, 부활하는 일본’은 일본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전문가들도 참여해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일본이란 나라를 해석하기도 했다.
진 센터장은 “한일 학계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