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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석유시장 큰 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에 돌입하면서 유가는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TI, 18년래 최저치…한때 20달러선 밑돌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6.6%(1.42달러) 주저앉은 20.09달러에 장을 마감해 1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9.27달러까지 하락하며 20달러 선을 내주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 물 브렌트유도 22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WTI보다 혼합물이 많고 산성도가 더 높아 품질이 낮은 캐나다산 중질유(WCS)는 배럴당 4.18달러까지 내려갔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캐나다에서는 1배럴(158.9리터) 석유보다 맥주 한 잔(5달러)이 더 비싸졌다”고 전했다. .
마이너스(-) 유가 가능성도 거론된다.실제 원자재거래기업 머큐리아 에너지그룹은 아스팔트용 와이오밍산 원유를 배럴당 마이너스(-) 19센트에 낙찰했다. 유가보다 저장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원유개발업체가 돈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줄이기 위해 나선 탓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에너지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장관급 회담을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당장 시장의 반응은 미비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와 달리 미국의 석유 회사들은 민간기업이다. 미국 정부가 강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엘렌 왈드 박사는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가 이같은 일을 하는 즉시 소송에 휩싸일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먼저 망하나” 치킨게임 시작한 석유시장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남은 것은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를 겨루는 ‘치킨게임’이다.
유가를 급락시켜 최대한 빨리 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증산을 예고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이고르 세친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과잉 생산이었던) 석유시장이 조정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전례 없는 싸움에서 석유기업들은 허리띠 조이기에 들어가고 있다. 네덜란드·영국계 기업인 로열더치셸은 올해 설비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50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토탈 역시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30억달러 어치의 설비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약 50억달러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쉐브론은 올해 설비 투자를 20% 축소한다. 미국 코노코 필립스도 올해 개발투자 예산을 10% 삭감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올해 투자액을 전년대비 20% 늘리려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쉬커창 CEO는 “원유가격의 하락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2019년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어렵다”며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소우핑 페트로차이나 CEO 역시 “유가에 투자를 연동시키겠다”며 투자 감소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