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27년 영욕의 역사를 뒤로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로 9월 1일 새롭게 출범한다. 국방부는 6일 “현재의 기무사를 해체하고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신속히 창설하기 위해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을 구성했다”면서 “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1980년대 신군부의 권력 장악의 막후 역할을 했던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모태다.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을 계기로 1991년 1월 기무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최근 계엄령 검토 등 불법 정치개입과 민간 사찰 의혹이 일면서 전면적 개혁 압박을 받았다. 이번에 새롭게 창설되는 안보지원사라는 이름은 사단급 이상 부대에 배치된 기무부대의 위장 명칭인 ‘안보상담소’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김정섭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보안방첩부대, 보안사 등의 이름은 기존에 사용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임무를 포괄할 수 있는 군사안보사령부라는 이름을 기무사 개혁위원회에서 제기한 적이 있었다”면서 “군사안보를 전담하기보다는 지원 성격이 있기 때문에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국군기무사령부 전경 [사진=기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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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기존 기무사령부령을 폐지하고 신규 사령부 창설을 위한 안보지원사령부령을 제정했다. 하지만 임무와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아 간판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새로운 사령부령안을 보면 민간 감찰실장 임용 정도만 눈에 뜨일 뿐 임무와 기능은 기존 기무사와 별 차이가 없다. ‘대(對)정부전복’ 임무를 ‘대국가전복’ 등으로 용어만 바꿨다. 게다가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개입의 근거로 악용돼 온 ‘군 관련’이라는 표현도 그대로 사용돼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 창설’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전환 당시에는 부대령을 개정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부대 역사가 이어졌지만, 이번엔 기존 부대령을 폐기하고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부대 역사는 새롭게 시작된다.
결국 기무사 개혁의 핵심은 ‘옥상옥’ 비판을 받고 있는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60단위’의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 폐지와 30% 인원 감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기무사 내부적으로 2022년까지 신규 인력 채용없이 전역 및 퇴직 인원을 확보하면 30% 정도 인력 감축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바 있다. 60단위 기무부대 폐지 역시 핵심 기능을 사령부로 이관하면 큰 문제가 없어보여 혁신적인 개혁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임무와 권한 축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령부가 기본임무는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고 일탈행위가 없도록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관련 부분들은 창설준비단에서 부대 출범 전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창설준비단은 남영신 기무사령관을 단장으로 기획총괄팀·조직편제팀·인사관리팀·법무팀(검사파견) 등 4팀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사령부의 임무·기능 정립과 조직 편성, 운영 훈령 제정, 인사조치를 통한 인적 쇄신 등을 담당할 것이라는게 국방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