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보고서의 신뢰도가 저하된 상황에서 다음 정부로 미뤄진 조선업 재편과제가 성사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 대우조선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살리겠다…P플랜 ‘배수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금융위원회는 23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채권단의 합의가 불발하면, 협의 후 즉시 법원 앞으로 P플랜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P플랜은 공·사 복합형 구조조정제도로 법정관리의 일종이다. 채권금융기관의 채무뿐 아니라 모든 사채권자 등 비협약 채권이 동결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큰 법정관리의 장점에 채권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이 이어져 회생가능성을 높이는 워크아웃 제도의 장점을 결합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정부로서는 수많은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P플랜이라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과 채무유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P플랜을 통한 채권회수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P플랜도 법정관리의 일종으로 선주들의 계약취소(Builder‘s Default) 우려가 제기된다. 이 경우 일반채권자들은 금융기관에 비해 후순위 채권자인 만큼 사채권자들의 채권회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다만 P플랜은 통상 법정관리와 달리 기업회생에 중점을 두기 대문에 추후 금융기관 신규지원 등 자금지원이 가능해 회사를 살리는데는 법정관리보다 나은 제도로 평가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율합의 무산시 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P플랜 제도 구축과 관련해서는 법원과 지난 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며 “P플랜 절차 진행 시 우려되는 발주취소 등 부작용에 대비해서는 대응방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화 후 매각 ‘장밋빛 예측’ 이번엔 맞아떨어질까
정부가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제시한 정상화 후 매각 시나리오가 성사될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정상화 이후 2018년쯤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조선업황 개선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렸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500%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봤지만 연결기준으로 2372%에 이르렀다. 정부 데이터가 계속 틀려왔다는 얘기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대우조선 관련 데이터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수 조원의 돈을 다시 투입하겠다는 것은 부실에 대한 책임을 덮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이후로 미뤄진 사업재편과 인수합병(M&A) 등 조선 ’빅3‘의 ’빅2‘체제 재편은 다음 정부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실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29%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 가운데 가장 낮다.
임 위원장은 “ 현단계에서 대우조선의 기업분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기업정리 역시 막대한 국민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있다”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역시 조선업의 극심한 불황을 맞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자칫 더 큰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IT 금융학부 특임교수는 하지만 “조선산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현상유지를 하려고 하고 있다”며 “문제가 드러난 2015년 이후 2년간 수 조원을 쏟아부으면서도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당국·금융기관· 경영진 노조에 대한 책임규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