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철수했고 미국 유통공룡 월마트도 20년째 고전하고 있다. 우리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내 1000개의 점포를 내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이마트는 2011년 이후 급격히 매장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10곳 미만의 매장만 남았다. 까르푸만이 해외 유통기업 중 중국에서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사드 보복에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한 피해를 차치하더라도 롯데는 중국사업에서 사실상 실패 수순을 걷고 있었다. 롯데는 2007년에 롯데마트 진출 이후 현재까지 100여개 사업장을 운영해 왔지만 덩치만 키웠을 뿐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가 그간 중국 사업에 쏟아부은 돈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전히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사업만 놓고 보면 롯데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일 수 있다. 더구나 재작년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사업의 대규모 적자는 크게 논란이 돼오던 터다. 롯데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단계적으로 중국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중국에서 덩치 키우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실 다지기에 실패해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법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정부와 일종의 ‘딜’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생 기업경영을 해온 신 회장이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주요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을 것이란 해석은 상식적이지 않다. 경영권 분쟁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던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딜’에 임했을 것이란 추측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다만 최근 대통령 탄핵 후 뇌물죄와 배임·탈세 혐의 관련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앞날이 다시 불투명해진 상황이긴 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재계 순위 5위 롯데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