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롯데를 위한 변명

사드 정국 중심에 선 롯데..`앓던이` 중국사업 철수 명분 생겨
中 보복행위 집중되며 일본기업에서 민족기업 이미지로 개선
반대급부로 경영권 문제해결 시도 가능성 있지만 탄핵 후 다시 `안갯속`
  • 등록 2017-03-21 오후 3:53:30

    수정 2017-03-21 오후 3:53:3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해외 유통업체들에게 중국 시장은 언뜻 기회의 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방대한 인구는 유통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외국기업에 배타적인 분위기와 정부 규제의 고무줄 적용 등이 이같은 매력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극복하기 어렵다.

영국계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철수했고 미국 유통공룡 월마트도 20년째 고전하고 있다. 우리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내 1000개의 점포를 내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이마트는 2011년 이후 급격히 매장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10곳 미만의 매장만 남았다. 까르푸만이 해외 유통기업 중 중국에서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사드 보복에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한 피해를 차치하더라도 롯데는 중국사업에서 사실상 실패 수순을 걷고 있었다. 롯데는 2007년에 롯데마트 진출 이후 현재까지 100여개 사업장을 운영해 왔지만 덩치만 키웠을 뿐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가 그간 중국 사업에 쏟아부은 돈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전히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사드 사태가 터졌고 롯데는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사드 정국에서 롯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사드 보복으로 롯데가 한달에 1000억원의 손해를 본다는 식의 뉴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롯데가 사드 사태로 치명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1000억원이란 숫자는 매출 감소분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익 관점에서 볼 때는 적자를 보던 매장이 문을 닫을 경우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롯데가 중국사업을 철수하면 오히려 실적 개선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증권사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사업만 놓고 보면 롯데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일 수 있다. 더구나 재작년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사업의 대규모 적자는 크게 논란이 돼오던 터다. 롯데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단계적으로 중국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중국에서 덩치 키우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실 다지기에 실패해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사업 외에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함으로써 받게 되는 영향은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는 이미지 개선이다. 최근 여론을 보면 과거 경영권 분쟁시 일본기업 이미지로 뭇매를 맞던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나라를 생각하다가 중국으로부터 불합리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식의 우호적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또 하나는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법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정부와 일종의 ‘딜’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생 기업경영을 해온 신 회장이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주요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을 것이란 해석은 상식적이지 않다. 경영권 분쟁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던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딜’에 임했을 것이란 추측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다만 최근 대통령 탄핵 후 뇌물죄와 배임·탈세 혐의 관련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앞날이 다시 불투명해진 상황이긴 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재계 순위 5위 롯데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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