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합동연설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바이든 대통령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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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마담 스피커(하원의장),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 이 연단에서 어떤 대통령도 이런 말을 한 적 없었다. 이제 때가 됐다”
2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뒤에 앉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호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 의회 역사상 최
초로 여성 2명이 대통령과 한 프레임에 잡히자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최초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 2인자인 부통령에 오른 것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고, 펠로시 의장은 80세의 고령으로 4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대통령 다음 가는 미 권력 서열 2위 부통령과 3위 하원 의장을 모두 여성이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이날 좌석 배치가 대통령 유고 시 계승 서열 1위와 2위 모두 여성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 의회 연설에 배석한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리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고 평가했다.
| 지난해 2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설문 사본을 찢는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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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하원 의장은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 연설문을 대놓고 찢어버린 적 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데 대한 일종의 복수였다는 분석이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탄핵이 부결된 뒤 무죄를 자축하는 내용의 연설문을 찢은 데 대해 “불신의 선언문을 찢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상·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열린 이날 연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해리스 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 박수를 치면서 먼저 일어나는 등 기립박수를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