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해외 주요 항공기들도 체계결빙 시험의 특수성 때문에 개발 종료 이후 전력화와 병행해 성능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체계 결빙시험 이전에 수리온을 전력화 한데 대한 해명이다.
“수리온 불시착, 체계결빙과 무관”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엔진 문제로 인한 수리온 불시착은 체계 결빙 문제와는 별개”라면서 “체계 결빙 능력과 엔진 방빙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결빙은 항공기 표면에 구름 입자 등이 충돌해 얼음 피막을 형성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기체에 착빙된 얼음이 떨어지면서 엔진이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로터 착빙은 양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체계결빙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
감사원의 지난 16일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월과 2월 육군항공학교에서 운용하던 수리온 12호기와 2호기가 각각 엔진 과열로 비상착륙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수리온 4호기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했다. 감사원은 이를 체계 결빙 입증없이 전력화를 강행한데 따른 사고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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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은 지난 2015년 10월~2016년 3월까지 미 육군 레드스톤 시험센터(RTC)에서 체계결빙 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엔진공기흡입구에 엔진 유입 허용량(110g)을 초과하는 얼음이 발생하는 등 ‘수리온 감항인증기준’의 결빙과 관련한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수리온의 체계결빙 관련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 없이 납품을 재개하도록 하고 전력화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인공 및 자연 결빙환경에서의 비행시험은 동체에 착빙이 생기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험도가 높은 환경에서 진행된다”면서 “이 때문에 개발이 종료되고 항공기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체계결빙 시험의 특수성 때문에 해외 주요 항공기들도 개발 종료 이후 전력화와 병행해 2∼5년에 걸쳐 체계결빙 성능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결빙 시험은 겨울철 저온다습한 기상 조건에서만 가능하고 시험 중 발견된 미충족 사항은 개선 후 다음 년도에나 입증이 가능하다는게 방사청 설명이다.
수리온, 아파치 보다 높은 결빙강도 인증 도전
하지만 아파치가 통과한 시험 기준은 수리온 보다 한 단계 아래인 ‘약간 결빙강도(Light Icing)’ 인증이었다. 수리온은 단위면적당 수분함유량(LWC)이 0.5~1.0g/㎥에 노출되거나 노출된 후에도 항공기 및 외부 구성장비가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중정도 결빙강도’ 인증에 도전하고 있다. 아파치가 받은 결빙강도 인증은 LWC 0.25~0.5g/㎥ 수준이다. 방사청은 후속 시험 계획을 확정해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미국에서 재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외 유명 항공전문지인 ‘플라이트 인터내셔날’(Flight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재 우리 육·해·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11종의 헬기 중 결빙 운용능력을 입증한 헬기는 UH-60과 AH-64 2종 뿐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조종사가 체계결빙 발생 지역으로 비행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체계결빙 환경을 만날 경우 신속히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교범을 운용하고 있다. 수리온 교범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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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수리온 기체에 빗물이 샌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물이 새는 것이 아니라 기체 내부에 물이 스며드는 문제였다”면서 “형상 변경 등으로 이미 해결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누수 원인은 문쪽 부위 고무 패킹의 노후화에 따른 것으로 형상 변경과 관련 부품 보급을 통해 현재는 조치가 완료된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