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은행을 없앴다. 고객 부담을 없앴다. 고정관념을 없앴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3일 자정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 시대 막을 올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에 없던 은행’을 표방하며 문을 연 케이뱅크는 이날 새벽 가입자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초반 돌풍이 거세다.
기존 시중은행 대비 매력적인 금리 제공과 고유의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한 새 대출고객 발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반 서비스로 새 시장을 충분히 개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점일 가입자 1만명 목표
3일 케이뱅크는 자정을 기해 서비스를 개시했다. 1992년 평화은행 탄생 이후 25년 만에 나온 신규 은행인데다 전에 없던 인터넷뱅크라는 점에서 출범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전일 2%대의 예·적금 상품과 신용대출상품, 그리고 최저 4%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등 시중은행보다 매력적인 금리의 상품 라인업을 공개하고 간편한 비대면 가입절차, GS리테일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자동화 기기 거래, 다양한 체크카드 혜택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 본부장은 “문의전화까지 합치면 시간당 최대 1만명 가량이 고객센터에 접속하고 있다”며 “새벽까지 이미 가입자 1000명을 넘어서 오늘 안에 1만명대까지도 욕심을 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비대면 거래로 은행 지점의 필요성을 없애고 스마트폰 일회용비밀번호생성(OTP)나 지문인식 도입 등으로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요구불통장 잔액 중 일부는 한 달짜리 정기예금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활용…혼뱅시대 이끌겠다
케이뱅크는 앞으로 은행 직원의 도움이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혼자 은행업무를 하는 ‘혼뱅’ 시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기술과 주주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능동형 생활자금관리, 알고리즘형 자산운용, 오토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지오펜싱이나 비콘 등 위치기반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이낸셜 사물인터넷(IoT)도 구상 중이다.
음성으로 금융업무 지시부터 인증까지 가능한 카우치뱅킹도 선보일 예정이다. 소파(카우치)에 편하게 앉아 KT의 기가지니를 켜고 “기가지니, 오늘 일정은 뭐지?”라고 물으면 “큰 아들 용돈 주는 날”이라고 일정을 알려준다. 사용자가 “큰 아들에게 30만원 송금해 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체가 되는 식이다. 기존 은행권의 음성 인식 AI 뱅킹과 다른 점은 목소리로 인증하는 ‘화자인증’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은산분리 완화 기대…올해 말 증자 준비
빅데이터 기반 신용분석, 인공지능 뱅킹 등 케이뱅크가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과 차별성으로 내세운 점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첫날 가입한 고객이 실제 고정고객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건은 산업주주의 은행지분 소유제한(은산분리) 완화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케이뱅크가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지속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올해 수신과 여신 목표를 각각 5000억원, 4000억원으로 잡고 있어 예적금 받아 대출이 가능하긴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면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은행법 상으로는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가 증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21개 주주사가 지금 현재와 동일한 비율로 증자에 참여하면 되지만 주주사마다 상황이 달라 쉽지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에 희망을 걸고 있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증자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진행된 케이뱅크 오픈식에 참여한 4당 국회의원들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특례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바른정당)은 “정무위가 관련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며 “하나 된 의견을 만들기 위해 서로 양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데 케이뱅크가 추구하는 모습이 실현되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했거나 통과를 지지했던 의원들이다. 따라서 국회 내에서 특례법 통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케이뱅크의 사업모델이 실제 수익을 내고 순항해야 한다. 또 특례법 반대논리인 대주주의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KT를 비롯한 산업주주와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