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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 콰르텟이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 떴다. 코로나19도 훼방 놓지 못했다. 로비에선 한국인 최초로 알파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들의 데뷔음반을 판매하고 있었다. 야심찬 데뷔 리사이틀답게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짰다.
첫 곡은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4번 K.387이었다. 현악 4중주가 탄생한 고전주의 시대에 출발선을 그었다. 특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에서 첼로의 활약이 돋보였다. 멤버들이 시선을 교환하며 들려주는 악기들 간의 대화가 들을 만했다.
휴식시간 뒤 연주한 곡은 30대 후반 러시아 출신 프랑스 작곡가 다니엘 갈리츠키가 ‘대니 보이’로 잘 알려진 멜로디를 재료로 만든 ‘런던데리의 노래’였다. 익숙한 선율이 밝은 방이라면 미니멀리스틱한 불협화음은 커튼 같았다.
이어진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네 연주자가 익숙한 몸짓과 눈빛으로 현악 4중주 최고의 명곡을 깊이 파고들었다. 기계적인 리듬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완급 조절을 해나가며 밀물과 썰물의 수위를 적절하게 유지했다. 악기들의 현에서 나온 소리끼리 둥글게 부딪치며 객석에 전달되는 입자를 경험할 때는 ‘이래서 라이브 연주를 들어야 해’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빠른 템포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부분에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고, 미묘하게 음색이 짙어지고 옅어지는 농담의 조절이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실내악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최후에 안착하는 장르로 일컬어진다. 그만큼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지만, 매료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반짝이는 별 같은 에스메 콰르텟의 연주를 보며 실내악 장르가 더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스메’는 프랑스어 고어로 ‘사랑받는’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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