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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AI 등과 관련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규칙을 발표했다.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그에 앞서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양자 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의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AI 등 최첨단 기술이 국가의 안보와 군사와 직결되는 만큼 미·중 간 기술 패권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술과 자본의 통제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를 늘려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 달러,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 대선 후보 발언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대선 상황과 그 이후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기업들 노심초사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6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관세를 고려해 생산물량을 조정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현재 관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중간재 성격의 D램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에 완제품인 반도체를 수출한다”고 했다. 이어 “미·중 갈등이 없다고 하면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급망을 한곳에 두고 관리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대선 상황을 보고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부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나서기 어렵고 정부가 나서서 우리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점차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 사업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레거시 D램은 중국이 스스로 조달하게 될 것이고, 미국 규제 탓에 첨단 메모리는 중국에 수출이 어려워진다”며 “우리 기업은 중국에서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많지 않아 점점 사업을 줄이는 게 좋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