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를 내세운 여권의 검찰개혁 속도전에 반기를 들면서 다시 한 번 정치계 입문 및 차기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찰개혁 속도전에 반기를 들면서 다시 한 번 정치계 입문 및 차기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사진=이데이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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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대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윤 총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며 전면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중수청 설치 반대를 통한 검찰 조직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계 입문이 임박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5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윤 총장이 대권에 뜻이 있다면 지금 사퇴를 해야 한다”면서 “7월까지 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과연 검찰을 지키는 것인지, 맷집 좋게 얻어만 맞고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민주당의 법치주의 농단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대권을 잡는 것뿐”이라며 “윤 총장이 이제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윤 총장의 대망론을 점치는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월이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4인 중 3명도 윤 총장의 대권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총장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더불어 차기 빅3로 꼽혔다. 최근 차기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경우 반등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월 4주차(22~24일)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대선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윤 총장의 지지율은 7%로 이재명 경기지사(28%), 이낙연 민주당 대표(11%) 다음으로 높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총장이 정치계에 입문한다면 행선지는 제3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제1야당으로 입당보다는 제3지대에서 기반을 다진 후 야권 단일화 등을 통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종후보로 선출됐을 시, 기호 4번을 달지, 2번을 달지에 따라 정계 재편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 교수는 “윤 총장은 일단 제3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안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2번을 달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4번을 달고 나와서 당선이 되면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윤 총장의 안착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