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주요 타깃으로 잡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초부터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에 착수하는 동시에 ICT 전담팀을 디지털시장 대응팀으로 개편하고 몸집을 키운다.
“삼성전자가 피해자”…브로드컴 ‘통신칩 갑질’ 제재 착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진행한 신년 차담회에서 “스마트기기 부품 기업인 브로드컴이 국내 기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장기 계약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며 “앞으로 절차에 따라 전원회의를 개최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핵심부품인 RFFE(RF프론트엔드), WI-FI, 블루투스 등의 주요 통신칩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부분과 거래한다. 2020년도 기준 순매출액이 약 239억 달러(한화 약 28조 7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ICT 공룡이다.
브로드컴은 경쟁사를 배제할 목적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불리한 장기 계약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2016년 공정위가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퀄컴사건(1조 3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플랫폼 대응 정교하게”…ICT 전담팀 개편·확대
공정위는 이날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 착수와 함께 ICT 전담팀을 디지털시장 대응팀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ICT 감시·제재는 더 정교화하는 동시에 관련 입법 추진 및 시장 소통도 병행하기 위한 변화다. 인원도 현 15명 수준에서 2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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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ICT 전담팀을 디지털시장 대응팀으로 개편하면서 △디지털 갑을 분과 △디지털 소비자 분과 △디지털 국제협력 분과 △시장소통분과 등을 신설했다. 기존 ICT 전담팀에 있던 분과(정책분과 및 앱마켓·O2O플랫폼·디지털광고·지식재산권·반도체 분과 등 5개 감시분과)는 디지털 독과점 분과가 흡수했다.
신설된 디지털 갑을 분과는 현재 국회에서 계속 지체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주요 목표다. 종전 국장 산하에 있던 관련 업무를 사무처장이 팀장인 ‘디지털시장 대응팀’ 직속으로 옮겨와 더 힘을 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디지털소비자 분과는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 등 플랫폼 관련 소비자 업무를 전담한다.
국제협력 분과는 글로벌 이슈인 디지털문제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 미국·EU·프랑스·캐나다·영국·일본·독일 등 주요 해외 경쟁 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시장소통 분과는 플랫폼 업계뿐 아니라 입점업체·소비자 의견 청취가 목적이다. 국제협력 및 시장소통 분과는 조사·제재에만 방점 찍혀있던 종전 ICT 팀과 가장 큰 차이다.
조성욱 위원장은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 특성상 해외 경쟁당국과 협력이 꼭 필요한데 기존 ICT 전담팀은 시장 중심으로 한계가 컸다”며 “디지털 시장 효과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팀을 대폭 개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