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선 친환경 관련주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은 물론,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서 탄소 배출량이란 변수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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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핏 포 55(Fit For) 입법 패키지를 공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의미다. 핏 포 55에서 가장 핵심 법안은 탄소국경세로 지목된다. EU에 수출하는 해외 기업 중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의 제품에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개념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ETS)로 비교적 엄격하게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EU가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는 과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도입되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 등이 우선 대상 산업이다. 해당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반대 쪽인 친환경 기업은 전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법안이 발표된 당일 친환경 관련 주식은 하락 또는 횡보했다. 이미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트 솔라 ETF(TAN),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ICLN)은 5.30%, 2.46% 각각 하락했다.
탄소국경세는 끝이 아닌 시작으로 평가된다. 지역, 산업, 탄소 가격 측면에서 탄소 절감 압박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유럽→미국→중국 등 지역 △소재→완성품 등 품목 △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2030년 75달러/tCO₂(이산화탄소톤)→160달러 등 가격 측면에서 저탄소 압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은 매니저는 “이번 유럽의 탄소국경세 발표는 어찌 보면 바이오 기업에서 임상 1상 단계를 통과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신약이 임상 1상, 2상, 최종 상업화까지 몇 단계를 거칠 때마다 관련주가 치솟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지역, 관세 품목, 탄소 가격 상승 등 단계를 거칠 때마다 친환경 혹은 저탄소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켐펜의 측정은 향후 투자기업 선정에서, 기후변화정책 강화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시사된다”며 “예를 들어 친환경적인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면 일반에 비해 10년간 10~20%포인트의 상대수익 우위를 기록할 수 있는 것”라고 덧붙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탄소배출 절감에 성공하거나 저감기술이 있는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으로 저탄소 관련 ETF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