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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코로나19 환자의 주치의 모임인 중앙임상TF(현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효과가 확인된 코로나 치료제는 없다. 중앙상임위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 중증 환자의 경우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나 말라리아 약제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이들 약물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 신약 개발 기간 10~15년
결국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은 크게 후보물질 탐색(5년), 전임상(동물실험)(3년), 임상시험(6~7년) 단계로 진행된다. 전체 개발기간은 보통 10년~15년이다. 하지만 신종 코러나 바이러스는 지난해 연말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연구는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다.
이 때문에 전세계는 기존 약물에서 효과가 있을 법한 약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효과 입증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약물 재창출(드러그 리포지셔닝) 전략이다. 이는 시판중인 약물이나 임상 후기에서 약효 미달 등으로 탈락된 신약 후보물질의 새로운 적응증(약물 치료 대상)을 찾아 신약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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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재창출은 불가피한 전략이 되고 있다. 갈수록 제약기업 연구개발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데다 임상 시험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약물의 안전성 규정이 강화되면서 신약 개발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 재창출로 탄생한 신약은 적지 않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대표적이다. 화이자는 이 약물을 원래 고혈압,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상 2상에서 약효가 부족해 약물의 투여량을 늘리기 위한 임상1상을 다시 하면서 발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발기부전증 치료제로 방향을 틀었다.
탈모 치료제로 쓰는 ‘미녹시딜’의 경우는 두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탄생한 약이다. 화이자는 애초 이 약을 위궤양 치료제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혈관 확장에 더 효과가 있는 게 밝혀져 고혈압 치료제로 약의 쓰임새를 바꿨다. 그런데 이후 털이 나는 일종의 부작용이 보고되자 화이자는 또한번 미녹시딜의 적응증을 바꿔 결국 탈모치료제를 만들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약물 재창출을 통해 신약 개발에 나서면 이미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 단계를 거친 약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물 필요량을 결정하는 임상 2상부터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에 따른 개발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1·2·3상의 성공확률은 평균 각각 64.5%, 32.4%, 60.1%다. 기초 연구 개발 단계에서 있는 5000개~1만개의 후보물질 중 최종 신약승인 허가를 받고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1개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