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207일만에 가석방, '투자시계' 빨라진다

재벌 특혜 vs 대통령 사면 속…文 정부 절충안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對美 역할 기대한 듯
선영 참배 후 17일 삼성 준법감시위 참석 예상
공격 경영에 의문…투자 결정 등 시간 걸릴 듯
  • 등록 2021-08-09 오후 7:03:45

    수정 2021-08-09 오후 8:47:56

[이데일리 이준기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10시 드디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다. ‘재벌 특혜’란 주장과 ‘가석방을 넘어 사면을 통해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종의 절충안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교감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등 삼성의 역할이 중요한 데 따른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공격적 경영 복귀가 가능한 사면을 받는 게 아닌 만큼 이 부회장은 선영 참배·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참석 등 일단 내부 행보로 숨 고르기를 한 후 대(對) 반도체 투자 결정 등 외부 행보에 나설 것이란 게 재계 주류의 분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이 부회장을 포함한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승인했다”며 “코로나 장기화 등 경제상황을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올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정확히 20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풀려면 미국이 눈을 감아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대미 반도체 투자가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공식화한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등 투자 결정 속도가 빨라지길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계에선 단순히 구금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석방으로 이 부회장이 공격 경영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해외 출장 같은 경영활동 제약까지 함께 해제되는 사면을 요청하기로 알려진 배경이다.

일단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을 찾아 참배한 뒤 첫 외부 일정으로 17일 열리는 외부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 방문은 경영 활동이라기보단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다짐 차원”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이후 첫 옥중 메시지로 준법감시위의 역할에 대해 당부하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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