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죄인도 잠은 재울 것 아니에요? 우리는 죄인보다 더 해요. 너무 고통스러워요.”(파주 대성동 주민 A씨), “저희가 나서서 김정은한테 (호소)합니까? 청와대(대통령실)든, 국방부든, 시청이고 적십자든. 대성동 주민들 미쳐서 다 정신병원 가게 생겼어요.”(파주 대성동 주민 B씨).
23일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소음피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파주시 캠프그리브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난 민북지역(민간인 통제선 이북 지역)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호소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성동 마을 전 가구에 방음장치 설치와 심리치료, 임시 숙소 제공 등을 지시했다.
| 23일 오전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북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 청취 및 피해지역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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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당일 오전 접경지역 일대 위험구역 설정 검토를 지시했고, 경기도는 이튿날인 15일 파주·김포·연천 3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남북긴장관계 속에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을 자극해 오물풍선과 대남 확성기 방송 등 민간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위험구역 내에서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 및 행위금지, 제한명령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정감사 다음날 미국 출장을 떠난 김동연 지사는 귀국 후 이틀 만에 민북지역 주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대성동과 마찬가지로 민북지역에 위치한 통일촌과 해마루촌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해마루촌에 거주하는 C씨는 “우리 남측에서 대북전단지를 날리게 되면 여기 주민들은 굉장히 불안함을 느낀다”며 “왜냐하면 북한 쪽의 포병 사단들이 전부 다 즉각 사격 준비 태세를 하고 있는데 풍선을 날리면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접경지역 주민”이라고 말했다.
| 23일 오전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난 민북 마을 주민이 김 지사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사진=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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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지사는 현장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에게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방음새시 설치 △건강검진 차량과 ‘마음안심버스’(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 2대 바로 투입 △탄현 영어마을에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에 더해 김 지사는 오후석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 하면서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대성초등학교에 대한 방음 새시 등의 지원 방안은 경기교육청과 대화해서 찾도록 하라”고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주민들에게 “튼튼한 안보를 중심으로 하되,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하면서 전단 날리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대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저희 경기도는 이를 계속 비판해 왔지만, 앞으로도 중앙정부에 제 의견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북전단지를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건의에는 “제가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