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 일주일 만에 2100선 고지를 뚫었다. 연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한국 증시는 주요국 증시 중 코로나발(發) 주가 폭락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뛰어들고, 주도주들이 바통터치를 하면서 지수를 이끈 덕이다. 경제 역성장이나 미중 갈등 고조와 같은 악재는 힘을 못 썼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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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59.81포인트, 2.87% 상승한 2147.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 이전인 2월 25일(2103.61) 이후 석 달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연 고점(2277.23)까지 불과 130.23 포인트 남겨둔 상태다.
지난 3월19일 장중 기록한 연저점 1439.43과 비교하면 49.2% 올랐다. 40~45%의 상승률을 보인 뉴욕 3대 지수 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지수(38.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4%), 유로스톡스(37.2%) 등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반등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0.80% 하락했지만 연 저점 대비로 보면 75.8% 반등해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데다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22.6% 증가해 49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 주가 상승률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주요국 증시 대비 덜 오른 데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주체와 수급이 다양해지면서 주가 상승 탄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2000선을 뚫은 것은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언택트(Untact·접촉하지 않는) 성장주의 힘이었다면 코스피가 2100선을 뚫은 것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주의 힘이었다. 네이버, 카카오는 이날 3%대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나란히 6%대 상승했다. 언택트주에서 경기민감 대형주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가 떠받쳤던 증시에 외국인, 기관까지 가세한 것도 랠리의 동력으로 꼽힌다. 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2000억원을 매수하고 프로그램 매매 비차익으로도 17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프로그램 매도차익 잔고 청산(선물 매도, 현물 매수)에 1조1600억원 가량 순매수를 보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1조3300억원을 팔아 치워 7년 9개월 만에 최대 매도세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무지막지한 유동성에 증시가 당분간 추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는 않아 불안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강세장을 곧 상승장으로 인식하는데 상승장은 경제, 기업, 주식이 전부 동행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아 추세적인 상승장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