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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동반자살 시도로 꾸며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입건된 30대 여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위계승낙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A씨(31·여)를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11시30분 사이 부천의 한 여관 방에서 남자친구 B씨(30)에게 링거주사기로 프로포폴, 디클로페낙 등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 발생 전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마약류에 해당하는 프로포폴 등 약물을 훔친 혐의도 있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동반자살을 하기로 한 것처럼 꾸며 B씨의 승낙을 받아 약물로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경찰에서 “금전 문제 등으로 B씨와 동반자살을 하기로 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관에서 함께 약물을 주사했지만 깨어나 보니 내 팔에 놓은 주사기가 빠져 있었고 B씨만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 부검 결과 사인을 디클로페낙 중독에 의한 심정지로 추정했다.
B씨의 유족들은 경찰에 대해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B씨의 누나 C씨는 “경찰이 지난해 10월22일 동생의 휴대전화 아이폰을 가져갔다가 같은 해 11월19일 돌려줬는데 비활성화상태가 돼 있었다”며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모른 채 수십차례 시도하면 자동으로 비활성화상태가 된다. 비밀번호를 찾아도 더 이상 열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 휴대전화를 돌려 받았지만 경찰이 비활성화시켜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경찰은 동생 친구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한참 뒤에 하는 등 부실하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B씨의 잠겨 있는 휴대전화를 풀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의뢰했지만 비활성화상태가 됐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B씨 휴대전화는 풀지 못했지만 A씨 휴대전화에서 범죄 정황 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의 객관적인 사항을 확인했고 수사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겼다”며 “부실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치된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 최종 기소 여부 등의 의견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