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 만사니요 LNG 터미널이다. 이는 국영 전력회사인 멕시코 전력청(CFE)이 발주해 한국가스공사가 운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알짜’ 사업(하류 부문)이다. 페루로부터 수송선을 통해 LNG를 받으면 인수기지, 배관을 통해 멕시코 발전소로 이를 공급하게 된다. 가스공사는 2012년부터 2031년까지 20년간 안정적인 운영권을 보장 받았다. 지난달까지 투자비 623억 중 321억원(52%)을 회수했고 2031년까지 배당수익이 129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최초의 기술수출 사례”라고 평했다.
문제는 2008년 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까지 가스공사의 이 같은 ‘기술수출’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바레인, 콜롬비아 사업 등에 꾸준히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대우인터네셔널, 일본 이토츠 상사 등과 참여한 바레인 LNG터미널 입찰은 지난해 6월, 콜롬비아 LNG터미널은 건설관리(CM)·운영정비(O&M) 입찰에서 재작년부터 2년 연속 탈락했다.
2008년 이후 가스공사 LNG ‘기술수출’ 0건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확정하면서 해외자원개발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우태희 2차관은 “신규 투자는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대륙붕 탐사와 민간지원 등 정책적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투자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 추진은 물 건너 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력연구실장은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고 말했다.
이 결과 수익성이 있거나 도전해볼 만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조차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재개된 멕시코의 경우가 그렇다. 업계 분위기는 벌써 뜨거워졌는데 정부 차원의 투자나 관심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는 지난달 31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 내 (삼성, LG 등) 우리 기업들이 요즘은 1년 내내 바쁘게 뺑뺑이를 돌고 있고 가스공급 대비 수요도 많은 실정”이라며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잘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지난 전두환 정부 때부터 라틴 아메리카 얘기를 별로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
안완기 가스공사 부사장은 “만사니요의 생산 용량을 풀가동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콜리마 주지사가 만사니요 LNG 터미널의 증설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멕시코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관심,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멕시코의 천연가스 사용량은 2014년 6800만톤에서 2025년 82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중국, 일본은 조용히 꾸준히 투자액을 늘리고 있는데 우리는 해외자원개발 컨트롤타워도 없고 정책은 몇년 만에 오락가락 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정권 말기에 눈치 보고 욕 먹는 일을 안 하려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나설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 [자원개발 역주행]①"기업은 뛰는데 정부는 눈치만"
☞ [자원개발 역주행]③엑슨모빌 "자원개발에는 왕도 없다"
☞ [자원개발 역주행]④멕시코 대사 "호황기인데 직항편도 없다"
☞ [자원개발 역주행]⑤"셰일가스 전방위 수출"..자원개발 드라이브 美
☞ [자원개발 역주행]⑥이승훈 사장 "엑슨모빌 같은 '스타플레이어' 키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