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 임금 인상 러시…BOJ, 1월 금리 인상할까

日기본급, 32년만에 가장 많이 올라
뛰는 물가에 실질임금은 4개월째 마이너스
일은 "모든 지역에서 경기 회복세"
  • 등록 2025-01-09 오후 6:00:00

    수정 2025-01-09 오후 6:50:09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024년 10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기본급이 3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임금 상승세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일본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임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일본 모든 지역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일본은행(BOJ)의 경기판단이 나왔다. 일본의 숙원인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오는 23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손 부족한 기업들, 임금 인상 행렬 동참

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한 명목임금을 나타내는 1인당 현금 급여 총액은 30만 5832엔(약 281만8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전망치인 2.7%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본급을 중심으로 하는 ‘소정 내 급여’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며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되는 일본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된 데 이어 일손이 부족한 기업들이 임금 인상 행렬에 동참한 것이 유효했다.

일본의 현금 급여 총액은 2022년 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하고 있다. 상승률은 2024년 6월부터 2%를 넘어선다.

문제는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물가가 뛰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4월 이후에는 여름 상여금 효과가 발생한 2024년 6월, 7월을 제외하고서는 마이너스다. 이달에도 실질임금은 0.3% 하락해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쌀 가격이 63.6% 오르고 초콜릿, 커피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의 공과금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전기·가스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임금이 올라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높아진 물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임금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일부 대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초봉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3월부터 신입사원 월급을 33만엔으로 10% 올린다고 발표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내년 봄에 입사하는 대졸 사원 월급을 기존 25만 5000엔에서 30만엔으로 올리기로 했다.

일본에서 파트타임 노동자를 가장 많이 고용한 대형 유통업체 이온은 파트타임 근로자 시급을 평균 7%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생명보험 역시 일부 직원의 급여를 최소 6% 이상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벚꽃보고서’ 2곳 경기판단 상향

BOJ가 이날 발표한 ‘지역경제보고’ 역시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벚꽃 색깔을 닮은 연핑크 표지로 ‘벚꽃보고서’라고 불리는 이 보고서에서 BOJ는 전국 9개 지역 중 도호쿠(東北)와 호쿠리쿠(北陸) 지역에 대한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했다.

도호쿠 지역에 대해서는 ‘회복세’라는 표현을, 지난해 1월 1일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호쿠리쿠 지역에 대해서는 ‘일부 노토반도 지진 영향이 남아 있지만, 완만하게 회복세’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따라 일본 9개 모든 지역의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 ‘회복세’,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갔다.

특히 고용·임금 부분에서 BOJ는 현 시점에서는 타사의 동향을 보고 있어 임금 상승률을 정하지 않았다는 기업의 목소리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익 면에서 임금 상승이 어렵다며 신중한 자세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미 임금 상승률에 대해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밝혔다. BOJ는 “전체적으로서는 구조적인 인력 부족 상황과 최저임금 상향 속 지속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넓은 업종·규모의 기업에 침투되고 있다는 보고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3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긍정적인 경제 사이클이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뒷받침된다면 BOJ가 이번 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평가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임금 인상률을 발표하는 3월을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예상한 경우도 있다. BOJ는 지난해 3월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는데, 당시 결정은 렌고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인상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올해 렌고가 인상률을 발표하는 시점은 3월 14일이고 그로부터 닷새 후에 일본은행 회의가 열린다.

렌고는 올해 모든 기업이 최소 5%를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6%로 설정했다.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 역시 전날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과 회동에서 “30년 만에 높은 수준이었던 지난해의 기세로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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