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 기린맥주의 모회사인 기린홀딩스가 1조 6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호주 건강식품회사 블랙모어스를 인수한다. 주류 시장 상황이 예전만 못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사진=하이트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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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린홀딩스는 이날 현금 18억 8000만호주달러(약 1조 6700억원)에 블랙모어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전날 블랙모어스의 시가총액보다 23.7% 높은 금액이다. 인수는 8월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블랙모어스는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기린홀딩스가 막대한 금액을 들여 블랙모어스를 인수한 건 주류 시장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일본의 맥주 출하량은 1994년 5억 7200만박스로 정점으로 찍은 뒤, 인구감소와 장기불황 등의 여파로 현재 3억박스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에 주류 가격을 인상할 것을 권고하는 등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기린홀딩스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건강식품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블랙모어스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1932년 설립된 블랙모어스는 호주 최대 건강식품회사로 비타민과 분유, 반려동물 건강식품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린홀딩스 역시 2019년 일본 건강식품 회사 팬켈과 지분 제휴를 맺고 유산균을 생산해 왔다.
기린홀딩스는 블랙모어스 인수로 호주와 동남아시아에 구축한 판매망을 활용, 건강식품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향후 10년 간 건강식품 매출을 5000억원(약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미나가타 다케시 기린홀딩스 헬스사이언스 사업본부장은 “기린은 플라즈마 젖산 등 스페셜티(지역 특산품) 소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블랙모어스의 판매망과 규제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가치를 향상시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