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한 콜센터에서 직원 7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비슷한 근무환경에 놓인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코로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어 매일 출퇴근해야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고 자가격리는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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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찾은 서울시 강북구 미아사거리 인근. 이곳엔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콜센터처럼 밀집 환경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콜센터 집단 감염은 남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아사거리역 근처 지하에 있는 A봉제공장에 들어가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직원 10여명이 보였다. 전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따로 환기를 시키거나 방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모(60)씨는 “온종일 다같이 여기서 일하니 한 명 걸리면 다같이 걸리는 거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정모(50)씨는 “콜센터에서 단체로 코로나19에 걸린 걸 보고 나도 너무 겁이 났다”면서 “우리는 줄서서 마스크 살 시간도 없고 자가격리되면 생계에 지장도 갈 뿐더러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2층에 위치한 C봉제공장은 환풍기가 없었고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직원 이모(45)씨는 “마스크를 못 구하고 있는데 한 명 걸리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 겨우 구한 사람이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면서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때문에 자가격리되면 생계가 올스톱”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우려해 일용직 노동자를 많이 부르지 않는다는 사업장도 있었다. D봉제공장 사장 이모씨는 “뉴스에서 단체로 걸렸다고 한 걸 보니 비슷한 사정인 우리도 걱정이 됐다”면서 “따로 체온을 잴 수도 없고 직원들이 열이 안 난다고 하면 믿어야지 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증상 체크리스트 만들고 환기 철저하게 해야”
소규모 사업장 역시 콜센터와 근무환경이 비슷하다. 대부분 따로 방역을 하지 않고, 체온계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고, 폐쇄 공간에서 여럿이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담당자를 정해 열이 있는지,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신천지 신도인지,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있는지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되도록 쓰고 공간 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코로나가 두려워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착용하지 않거나 몸살 감기 증상이 있어도 생계 문제로 함구한다. 또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는 사업체 경우 이들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세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11일 콜센터 등 밀집사업장 내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유증상 직원 근무 중지, 출퇴근 시간· 좌석 간격 조정 등 내용을 담은 ‘고위험 사업장 공통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