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카드사 수수료 갈등 점화…운명의 일주일

  • 등록 2019-03-04 오후 4:27:31

    수정 2019-03-04 오후 7:49:26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운명의 일주일’이 밝았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는 4일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에 대해 가맹계약 해지를 전격적으로 통보했다. 다만 현대차는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일주일간 유예기간을 뒀다. 일주일은 이전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할 데드라인으로 읽힌다는 게 카드업계의 해석이다. 한 푼이라도 더 올리려는 카드사와 한 푼이라도 낮추려는 현대차의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현대차의 결정이 빨랐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가 지난 1일 인상된 수수료율을 선(先)적용 하기로 한 후 첫 영업일에 가맹계약해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양측간 물밑 협상이 치열한 가운데 칼자루를 쥔 건 카드사가 아니라 자신들임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현대차는 수수료율 변경 일정을 한 달간 유예해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체없이 예고한 가맹계약해지를 단행한 모양새다.

수위도 전례 없이 강하다. 계약해지를 통보한 5개 카드사 사명을 직접 일일이 거명했고 제대로 된 협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책임 소재를 미뤘다. 공백을 제외하면 2341자인 언론 참고자료에는 ‘무분별’ ‘일방적’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콕 찍어 자신들보다 실질 이익률이 높다며 포화를 날렸다.

‘선전포고문’에 드러난 현대차의 전략은 ‘각개격파’다. 현대차는 국내 카드사를 두 갈래로 나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한 축과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 등 수수료율 인상을 유예한 또 다른 축이다. 개별 협상을 진행함에 따라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운 카드사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카드사는 개별 사명을 공개한 데 불만을 나타내며 수수료율 인상을 유예한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파악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NH농협카드 등은)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인상 폭을 최소화했으리라 예상된다”며 “행여나 홀로 가맹계약을 해지 당하는 시범 조로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는 아니나 시장점유율로 볼 때 상위권에 해당하는 NH농협카드의 이탈에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현대차는 각개격파로 힘을 빼는 한편 세력 규합도 시도했다. 수수료 줄다리기를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의 대리전’으로 규정했다. 한국GM은 4년간 총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및 판매 급감으로 인해 실적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대변인을 자처했다. 직간접적으로 통신사, 유통사, 항공사 등 다른 업권에도 수수료율 인상 반대 기조에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전선이 넓어질수록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장외에서는 논리싸움도 치열하다. 현대차는 인상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자료와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고 카드사는 공개 불가능한 사업기밀을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맞섰다. 현대차는 카드사와 제휴 마케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매출 증대 효과에도 물음표를 달았지만, 카드사는 시즌별로 진행하는 캐시백 등 할인적립 행사가 적잖고 할부 등 유무형 혜택도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을 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조원에 달하며 이중 카드 취급액은 18조원정도다. 시장점유율로 추정한 현대차(기아자동차 포함) 카드 취급액은 12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카드 승인액이 810조7000억원이니 약 1.5%에 해당한다.

불행 중 다행은 현대차가 협상 창구를 닫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유예기간과 해지 후라도 카드사가 요청할 경우 수수료율 협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각 카드사 역시 현대차와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벼랑 끝 상황이나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므로 벼랑 끝 타결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 선택권과 직결되는 만큼 현대차도 실제 계약해지를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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