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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새로운 이념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새로운 기술 도입 등이 같이 일어나야 합니다.”(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1987년 대통령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면서 우리 사회에 플러스(+)가 됐습니다. 이번은 국가 거버넌스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바꿀 기회입니다.”(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관련 정책 불확실성 등이, 안으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러워진 정치 상황이 경제를 둘러싼 데 대해 경제 원로들은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30일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4 :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 보고회에서다. ‘코리안 미러클4’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외환위기 당시 경제팀 수장이었던 이규성·강봉균·이헌재·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경제부총리) 등의 육성을 담은 책이다.
“정치·사회적 변혁 있어야 새로운 도약 이뤄져”
1997년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던 때, 어려움을 헤쳐나갔던 당시 경제팀 수장들은 현 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제 원로들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진 전 부총리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을 빨리 걷어내주는 것이 경제문제를 푸는 데 기본”이라고 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되며 정치 민주화가 이뤄진 줄 착각했지만 권력이 집중될 뿐 아니라 책임과 권한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고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를 튼튼히 구축했다고 자부했지만 성장잠재력이 약해졌고 정치와 관계없이 돌아가는 시장경제 질서도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
강 전 장관은 “정치적 혼란과 여기서 나오는 불확실성만 없어지면 경제활동이 차질 없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거버넌스 체제는 경제가 정치 중립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개혁한다면 옛날의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팀 수장 역할을 맡았던 이규성 전 장관은 “단순히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는 경기 대응적 대책만 갖곤 안 된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이념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 등 개혁과제를 수반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일호 경제팀에 힘 실어달라”
다만 이들 원로는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바로 리더십과 팀워크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
이들 원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지명한 이후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유일호호(號) 경제팀이 여전히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유일호 부총리는 외환위기 초기 비상계획위원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재정·예산 계획을 세세히 짜서 단기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우며 “유일호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이규성 전 장관 역시 “대외적으로 내셔널리즘이 만연하고 국내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중심을 잘 잡으면 우리 경제가 그래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요즘 공직자들이 혼 없이 일하고 ‘최순실 예산’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에 가슴이 아프다”며 “정치권이 시끄럽고 흔들릴수록 나라를 지키는 것은 공직자로 사기를 진작시키고 끝까지 최선 다한다는 결기로 어려움을 돌파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말할 때 메모하며 이를 듣던 유일호 부총리도 “국내외 정치상황에 따른 심리 위축까지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열심히 해서 저출산·고령화, 대외부문의 도전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코리안 미라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온 과거 경험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을 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