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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이 마감 20일을 앞두고 대상 축산 농가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계획서 규정을 일부 완화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축산 농가의 불만이 여전해 참여 저조가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간소화 신청서를 낸 농가 3만9000호를 대상으로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받은 결과 지난 7일까지 28%인 1만1000호가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축사 분뇨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과 악취에 따른 민원이 누적되면서 2014년 가축분뇨법을 개정했다. 또 현실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축산 농가의 요구에 시행 시기를 올 3월로 연장했고 다시 9월24일(실제론 27일)까지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낸다는 전제 아래 시행 시기를 내년 9월로 1년 반 더 늦추기로 했다. 개별 축산농가의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문제는 축산 농가의 이행계획서 제출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계획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당장 축산 농가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용중지나 폐쇄명령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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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농가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가축분뇨법 마련 과정에서 30~40년째 그냥 운영해 오던 축사에 20여 법규가 한꺼번에 적용되다보니 개별 농가가 단시간 내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당장 건축법이 적용돼 측량도 새로 해야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나 공원자연환경지구 등에 포함됐을 땐 대폭 축소나 이전이 불가피하다. 축사가 먼저 들어섰는데도 나중에 들어온 거주시설 때문에 쫓겨나게 된 셈이다. 고령화한 축산 농업인 중에선 이참에 축사를 접고 은퇴하는 걸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 같은 축산업계의 불만을 고려해 올 3월 국무조정실 주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축산단체 요구사항 44개 중 37개는 수용하거나 수정했다. 그러나 법 개정 과정에서 축사에 건폐율(건축면적/대지면적) 규제 완화나 개발제한구역·군사시설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교육환경보호구역 등의 설치(면적) 제한 완화 등 축산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은 주관부처로부터 거부됐다.
하태식 사단법인 대한한돈협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춰 축사 내 악취를 해소하고 환경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 법규는 환경과 무관한 부분까지 한꺼번에 규제하고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서 법 시행 취지에 맞도록 현실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그나마 축산 농가의 입장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이개호 장관은 지난달 10일 취임 후 “축산 농가를 위해 규제 하나라도 더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핵심 규제는 대부분 국토교통부나 국방부, 환경부, 교육부 등 타 부처 소관이어서 농식품부도 직접 결정할 수 없다.
농업인 단체인 농업협동조합(농협)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지시로 특별상황실을 만들고 139개 지역 축협을 포함해 520명이 축산 농가의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지원사격에 나섰다. 농협 관계자는 “축사 입지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현 축사를 적법화하면 가치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들이 측량이나 이행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내지 않으면 법적 담보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하나라도 더 편의를 봐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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