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 제도 틀에서 누리고 있는 지대 추구(rent-seeking)를 막고, 독과점 완화를 꾀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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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뒀던 분야는 ‘갑을관계’ 개선이다. 그는 미국 경쟁법으로 대표되는 현대 경쟁법 원리인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competition)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competitiors)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는 문장을 뒤집었다. 거대자본기업의 횡포로부터 약소기업을 보호하는 것도 경쟁법의 주요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칠게 요약하면,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고 갑질 근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는 단기적인 개혁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서 비롯됐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시작은 재벌개혁이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갑을관계 개선을 개혁의 ‘마중물’로 꼽았다. 특히나 ‘갑을 문제’는 여야 모두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거래관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은 했지만, 근본적으로 유통산업 혁신을 끌어내는 데는 미흡했다. 물론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우긴 했지만, 정부부처 및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내긴 역부족이었다.
반면 재벌개혁 문제는 진보-보수 양측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관해서는 과감하게 ‘칼’을 빼내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 스스로 변화를 촉구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을 취했다. 과거처럼 경직된 규제를 강화해 재벌개혁을 하기보다는 기업들이 먼저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성과는 있다.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순환출자 문제는 사실상 사라졌고,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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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경쟁당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감시와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담합 적발, 시장구조 개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가 ‘갑을개선’ ‘재벌개혁’ 중심으로 스텝을 밟다보니 시장 경쟁 촉진 역할이 도외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대 추구세력에 의해 고착화된 독과점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독과점을 해소하고, 시장 집중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면서 “대기업에 독점된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역할에 더욱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