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싸워도…지역이슈에는 與野도 정당도 없는 정치권

KTX세종역 반대 의원 모임…한국당·정의당 ‘한자리’
호남선 KTX 직선화 의원 모임에는 여야 4당 뒤섞여
“국회의원, 지역 아닌 국가 이익 봐야…후진적 지역주의” 지적
  • 등록 2018-11-02 오후 6:06:48

    수정 2018-11-02 오후 6:06:48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노선 신설 및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국회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회가 예산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호남 KTX 세종역 신설, 새만금개발 등 지역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그리고 당별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국회의원들도 지역이슈에는 적과 동지가 수시로 교체하는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충북 출신 여야 4당 국회의원 9명이 머리를 맞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변재일·오제세·이후삼 의원,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우택·박덕흠·경대수·이종배 의원,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수민 의원, 정의당에서는 김종대 의원이 참석했다. 정치적 노선이 완전히 다른 한국당과 정의당이 소속 의원이 함께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들이 함께 모인 것은 호남 KTX 세종역 신설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정치권 전반으로 세종역 신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급하게 모인 것이다. 충북은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현 오송역은 이용자 및 정차 편수도 줄어 크게 쇠퇴할 것이라 주장한다.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에는 호남지역 국회의원이 여야 없이 모여 오찬 간담회를 열어 맞불을 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송갑석) 및 민주평화당(정동영·장병완·박지원·유성엽·최경환·황주홍· 김경진·이용주·정인화)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김관영·김동철·주승용·박주원·정운천) 의원들도 함께했다. 무소속 이정현(전 한국당 소속), 이용호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호남 KTX 노선이 오송역을 우회함에 따라 호남에서는 접근성과 비용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고, 세종시를 경유하는 호남 KTX 노선의 직선화를 요구했다. 김동철·주승용(바른미래당), 유성엽(평화당) 의원을 공동대표로 ‘세호추’(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모임)라는 모임도 결성했다.

정치권이 정치적 색깔이 아닌 지역이슈를 매개로 뜻을 모은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다시 거론하자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한국당 소속 유기준 의원(부산 서·동구)이 “공항수요의 적정성이나 경제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감안할 때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같은 한국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TK홀대론’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 정부의 새만금 태양광 시설 설치에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때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공동 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이른바 ‘국민의당 분당 사태’ 때 격한 감정대립을 겪었던 이들이다.

정당별로 나뉘어 대립하던 정치권이 지역이슈에서는 정당과 상관없이 헤쳐 모이는 것은 같은 정당이라도 지역 문제에서는 이해가 갈리기 때문이다. 당적과 관계없이 비슷한 이해를 가진 의원들끼리 모여야 예산 확보 등에서 더욱 뚜렷하고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지기반인 지역구를 잃게 되면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서는 당보다 지역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문제에 따른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지역이슈에 매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역이슈는 시의원과 구의원이 몫”이라며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도 우리 정치가 후진적 지역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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